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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
돈 넘쳐나는데 임금동결?
교섭권 위임 현대중공업 임금결과 안 나오는 이유 … 동종사 성과급에 현장 관심
현대대중공업노조의 임금위임이 결국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끝날 확률이 높아졌다.
조선업종은 이미 한국의 수출품목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과잉설비와 신규 수주(새로운 선박 건조 요구)가 한동안 없어지면서 일부에서 "위기론"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식경제부 수출담당자 말처럼, "지금까지는 3년 전에 수주해 놓은 물량으로 먹고살았지만 올해 들어 조선 수주가 급감했다. 3년 안에 조선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조선업종의 위기가 2-3년간 지연된다는 의미다.
현대중공업노조는 이 "위기론"의 선봉장이었다. 지난해 매출 19조9571억원으로 세계 1위 조선소 위치를 차지했지만, 현대중노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갔다. 조선업종이 조만간 어려워질 것이니 임금교섭 위임을 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받겠다는 것이었다. 현대중공업노조가 체결한 고용협약서에 따르면 3년간 고용을 보장하도록 돼 있다. 이미 정부 관계자도 인정하듯 조선업의 위기는 3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정작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는 3년 뒤엔 고용안정이 장담되지 못할 "눈가리고 아웅식" 한심한 고용협약서였다. 가장 핵심적이었던 임금교섭 위임도 난항에 빠지고 있다. 주변 조선소들이 현대중노조를 임금 "인상"으로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미포·대우조선, 추가성과급…삼성중은 작년수준 임금타결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이 58.5%의 추가 성과급을 받아냈다. 대우조선노조도 지난해 삼성중공업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서면서 추가성과급을 따냈다. 임금교섭을 위원장에게 위임했던 삼성중공업에서는 기본급은 동결됐지만 2만3천원 가량의 호봉승급분과 일시금 450만원+100%, 성과급 200% 합의에 이르렀다.
삼성중공업은 사실상 내용적으로 임금교섭 위임에 가까웠지만 지난해 임금교섭에서 따낸 일시금 및 성과급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따냈다.
현대중공업 조합원들의 기대수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 대우조선, 삼성중공업에서 지난해 조선업종 호황이 남긴 노동자들의 성과물 일부를 얻었고, 심지어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조차 추가성과급이 나오면서 임금 위임은 난항에 빠진 셈이다.
원래 현대중자본은 노조의 협조를 얻어 임금 비용을 줄이고, 정치적 효과로는 "제3노총 건설"이란 원대한 목표를 세웠던 것 같다.
현중노조의 가지 말아야 할 길
하지만 조선소자본들의 과장된 "위기론"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을 지불할 여력이 존재함을 드러냄으로써 현대중자본은 임금비용 절감이란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조건 때문에 임금교섭 위임을 통해 가장 빨리 임단협 전선에 앞장섰던 현대중노조의 임금 타결이 5월을 넘어설지 모른다는 관측도 있다.
결국 현대중자본은 임금동결이 아니라 삼성중, 대우조선 등 동종사와 현대미포 등 계열사 수준의 임금을 맞춰주는 "짜고치는 고스톱" 시나리오대로 진행하게 될 것이다.
현대중 자본이 현대중노조를 이용해 노렸던 "제3노총 건설"도 의도대로 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 예컨대, 인천지하철노조가 민주노총 탈퇴에 성공했지만 "제3노총 합류"를 보류했다.
노동자들에게 기본적으로 중요한 고용과 임금을 지키지 못하는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에게 인기가 없다. 제3노총이 자본의 입맛에 맞게 될수록 노동조합의 고유 기능은 완전히 사려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현대중노조가 갔던 길이 가서는 안 될 정말 잘못된 길이었다는 사실이 점점 현실에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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