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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임금삭감하면 고용보장될까?
경남 비엔지스틸의 교훈 … 경제위기 공세에 양보교섭의 처참한 결과
참으로 답답한 현실이다. 자본의 위기가 임금동결?삭감의 형태로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고 있다. 그것도 민주노총 소속 노조에서 노사합의 형식으로 양보교섭이 확대되고 있다. 비슷한 상황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에겐 자본의 공세보다 더욱 힘 빠지는 일이다. 이에 지역의 양보교섭 사례를 교훈적으로 되짚어 보고자 한다.
상여금 300% 삭감으로 고용보장?
비앤지스틸노동조합은 3월 20일, 조합원 67.76% 동의로 09년도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보름 동안 상견례를 포함해 불과 4차례의 교섭을 했을 뿐이다. 노조는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상여금을 300% 삭감하고 사택을 매각하는 것에 합의했다. 이러한 합의 내용에 대해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임금동결 정도에 그칠 것을 상여금 300% 삭감까지 합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회사는 잉여인력 87명을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상여금 300% 삭감 동의를 얻어냈다. 그러나 노사합의에 반대하는 한 조합원은 “이미 08년 하반기부터 부분?전체 휴업으로 사실상 임금의 70%만 받으면서 고통분담을 할 만큼 해왔다. 또한 08년에 포장반 용역 80여 명을 내보내고 그 자리에 조합원이 배치되었고, 09년 정년퇴직 예정자가 32명에다, 진행 중인 극박공장이 준공될 경우 예상되는 신규인력 수요 등으로 볼 때 사실상 잉여인력은 없다”고 회사의 주요한 논리인 잉여인력 문제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결국 인원 정리까지
지난달 3월 24일 조인식 직후부터 4월 3일까지 올해 정년퇴직자 22명이 조기 퇴직했다. 노동조합은 52년생(올 정년퇴직 기준)에 대한 개별면담을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회사는 자발적으로 조기 퇴직을 희망했다고 주장한다.
정년퇴직자의 조기퇴직은 사전에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올해 정년퇴직자들은 상여금 300% 삭감으로 인해 퇴직금까지 줄어들게 되는 불안감이 있었고, 회사는 ‘자발적’이라는 허울을 씌우고 일정한 조건으로 조기 정년퇴직 형식을 빌어 22명의 인원 정리까지 한 것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한 셈이다.
줄기찬 자본의 공세
비앤지스틸노동조합은 08년 임단협을 사측에 위임한 바 있다. 그 이후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살펴보자.
① 08년 12월 10일 사측 특별노사협의회 요청(사택 매각, 성과금 50%반납 등)
② 09년 1월 2일부터 사무직 조기퇴직 실시
③ 1월 9일 사측 특별노사협의회 요청(인력 재배치, 잉여인력 고용 조정, 사택 매각 등)
④ 2월 특별노사협의회에서 사측 잉여 인력 87명 인원정리 입장 제
⑤ 2월 17일 노조 비대위 체계로 전환. 특별노사협의회 안건을 09년 임금교섭 안건으로 이관하여 조기 단체교섭 돌입 확정
⑥ 3월 4일 임금교섭 상견례(노조 사택매각 및 잉여인원 조정 철회, 임금삭감 없는 총고용 보장, 물가인상을 감안한 임금인상을 요구)
⑦ 3월 24일 조인식(상여금 300% 삭감, 사택 매각)
⑧ 4월 3일 조기 정년퇴직 형식 으로 22명 인원 정리
노조의 무기력함과 무대응
비앤지스틸노조 한 조합원은 “노동조합 위원장이 한편으로는 필사즉생의 투쟁의지를 불태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사공멸이라는 끔직한 이야기로 조합원을 불안하게 하면서 유인물로만 투쟁했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회사가 07년 제조원가(1톤당 324,000원) 수준은 되어야 한다며 09년 제조원가(1톤당 363,000원)의 차액인 1톤당 39,000원(연봉기준 33.4%)을 노동자들이 고통 분담하라고 했는데, 이에 대해 노조는 논리적 반박이나 조직적 저항을 거의 못했거나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본의 공세는 작년부터 줄기차게 이어졌는데 노동조합은 이에 대한 대중 행동 한 번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고용을 무기로 한 자본의 공격이 진행되고 있다. 자본은 고용을 무기로 조합을 위협하여 최소한 임금동결?삭감과 복지축소를 얻어내거나 더 나아가서는 일정 부분 인원정리까지 얻어내는 일거양득을 얻는 경우가 많다.
비앤지스틸의 모습은 경제공황을 핑계로 한 자본의 위기 전가 공격에 노동조합이 양보교섭으로 대응한 결과가 무엇인지 많은 고민을 던져준다.
경남노동자신문 <호루라기> 준비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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