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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끝난 노동사건까지 들추는 검·경
콜텍농성 단순참가자에 실형예상 혐의로 기소
동희오토시위 지회간부는 다른 죄목으로 구속
주도자 처벌 받았는데…뒤늦게 무리한 수사
남종영 기자 김남일 기자
검찰과 경찰이 집단 해고 등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농성이나 시위를 수사하면서 ‘노사관계의 특수성’을 살피지 않은 채 몇 달이 지난 뒤 뒤늦게 기소하는 등 강경 일변도의 태도를 보여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전충북지부 콜텍지회는 5일 성명을 내어 “검찰이 ㈜콜텍 본사 점거 농성에 단순히 참가만 했던 조합원 19명을 4개월이 지난 뒤 갑자기 실형이 예상되는 혐의로 기소했다”며 “농성 책임자가 이미 처벌을 받았는데도 검찰이 뒤늦게 무리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25일 콜텍지회 조합원 23명은 서울 강서구 등촌동 콜텍 본사에서 “회사가 위장 폐업해 노동자 56명이 쫓겨났다”며 사장 면담을 요구하는 점거 농성을 벌이다 4시간 만에 모두 연행됐고, 농성을 주도한 간부 2명은 구속 기소돼 지난해 12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3월 초 나머지 조합원 19명을 ‘집단, 흉기 등 주거침입’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혐의는 주로 폭력사범에게 적용하는데, 1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돼 있다. 성세경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교육선전부장은 “책임자들이 1심을 재판을 마쳐 이미 끝난 사건인 줄 알았는데, 지난달 중순 기소장이 날아왔다”며 “황당해 조합원들에게 말도 꺼내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콜텍지회 쪽 김상은 변호사는 “단순 참가자는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하는 게 보통”이라며 “실형 선고가 예상되는 혐의로 기소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고 말했다.
지난달 3일 경기 고양시 일산 ‘2009 서울모터쇼’ 행사장 앞에서 선지를 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던 금속노조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의 이백윤 지회장 등 2명도 넉 달 전 집회 문제로 지난달 21일 구속됐다. 이 노조 장동준 사무국장은 “지난해 12월 기아자동차 모닝공장 앞에서 벌인 집회를 새삼 문제 삼았는데 당시 12명이 연행돼 주도자 3명의 재판이 끝난 상태”라며 “그런데 4월 중순 갑자기 경찰이 이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다”고 말했다. 장 사무국장은 “‘선지 퍼포먼스’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다른 죄목으로 구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가산동 기륭전자 경비실 옥상에서 단식농성을 벌였던 김소연 기륭전자 분회장도 검찰은 지난달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점규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부장은 “경비실 옥상에서 단식한 게 어떻게 공동주거침입이냐”며 “예전에는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는 등 노사관계의 특수성을 인정했는데, 요즈음엔 노동자를 조직폭력배와 같은 일반 범죄자로 다룬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안기관이 경제위기를 틈타 노동운동을 위축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관계자는 “사건을 끌지 말고 빨리 처리하라는 방침이 있을 뿐”이라며 “집단, 흉기 등 주거침입 혐의는 과거에도 적용됐다”고 말했다.
남종영 김남일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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