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 비정규직 문제 사회적 공론화 절실
작성자 대우조선하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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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플랜트 비정규직 문제 사회적 공론화 절실
[비정규직 눈물로 만들어지는 거제 조선산업]
(3) 무풍지대 조선산업 비정규직, 해법 없나
2014년 04월 25일 (금) 이시우 기자 hbjunsa@idomin.com
지난해 12월 중순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은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들에 무등록 직업소개·무허가 근로자 공급을 하고 협력업체로부터 수수료 22억 5200만 원을 취득하고 허위 건강진단서를 제출한 혐의(직업안정법 위반 등)로 브로커 9명을 기소하고서 관계 기관 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는 검찰과 거제시청,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원청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거제시 조선&경제과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검찰은 조선소 내 불법적인 고용 관계가 심각하다며 이를 바로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 이후 올 1월 초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과 창원지청은 보도자료를 내 부울경지역 조선사에 무등록 직업소개와 무허가 근로자공급으로 구직자와 구인업체 피해를 예방하고자 올 1월 중 집중 점검·단속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 점검과 단속에서 거제는 빠졌다.
◇고용노동부 뭘 하나 = 거제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양대 조선소 내 불거진 비정규직에 대한 비정상적인 고용 문제는 겉으로는 사내 하청업체 내부 문제다. 해양플랜트 산업의 불안정한 인력 수급 체계 속에서 하청업체 간 이직 시 '취업동의서'를 통해 내부 고용 안정을 꾀했고, 일감이 들쑥날쑥하고 필요 인력 예측이 쉽지 않은 빈틈에서 불법적인 외부 인력공급업체가 양산된 셈이다.
'취업동의서'는 근로기준법 40조(취업방해 금지) 위반에 해당하며, 무등록 직업소개소의 협력업체에 대한 노동자 공급과 수수료 착복은 직업안정법 위반이자 근로기준법(9조 중간착취 배제) 위반으로도 볼 수 있다. 심지어 1차 협력업체나 재하청업체 내부에 대한 '불법 파견'으로도 볼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하지만 올 1월 초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의 조선업종 내 불법적인 인력 공급 일제 점검을 할 때 거제지역 담당인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에서는 현장 점검과 단속을 하지 않았다. '취업동의서' 문제에도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관계자는 "지청에도 한 번씩 관련 문의가 온다. 문의 시 해당 업체에 취업동의서가 '불법'임을 알리고 하지 않도록 조치한다"고 했다. 이런 개별 사안에 대한 조치는 있었지만 실제 필요한 현장 점검과 실태 파악은 없었다. 그 사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각종 불법적인 고용 관계로 신음하고 있다.
이를 두고 창원대학교 심상완(사회학과) 교수는 "해양플랜트 성장 속에 고용 문제가 악화하는 것 같다. 고용노동부가 주무부처인데, 지난해 검찰 수사는 고용노동부가 할 일을 검찰이 대신한 셈이다. 이런 불안정한 고용 형태가 계속되면 중대 산업재해 등 재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가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도 제대로 조사한 적이 없다면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대우조선노조는 '취업동의서' 문제가 조선소 내 사내 하청의 재하청업체 격인 '물량팀' 5000여 명 수준에서 발생한다고 봤다. 하지만 현장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들과 여러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상담을 해온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는 이보다는 훨씬 광범위하게 진행된다고 전했다.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 강병재 의장은 "조선소 현장에서 관행화했고, 정착된 현상이다. 명백히 불법적인 문제다. 임금 차별뿐만 아니라 일을 할 때도 억울한 일이 있어도 이직 시 발생한 '동의서' 문제가 있으니까 말도 제대로 못한다. 심지어 1년 안에 한 조선소에 2번 이상 옮기지 못하는 삼진아웃제 얘기도 나오고 한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고용허가제보다 더한 내용이다. 고용노동부가 이것을 몰랐을 리가 없다. 하루빨리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실태 조사와 함께 사회적 공론화 절실 = 조선업종 사내 하청노동자 연구자인 박종식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위원은 "불법적인 인력송출업체 난립 문제는 처음 접한다. 하지만 '취업동의서'가 조선업종 현장에서 만연한 점을 익히 알고 있다"며 "겉으로는 사내 하청(협력)업체나 재하청업체 간 문제에 그치는 것 같지만 출입증 발급과 산업안전교육 등을 위해서는 원청사에서 이들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하청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원청업체에서 사내 하청업체 인력난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통합적으로 관리하며 이런 불법적 고용 관계를 유도한 게 아닌가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원청사 또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우조선해양노조는 해양플랜트 인력이 대부분 비정규직(사내 협력업체 인력)으로 채워지다 보니 불법적인 고용 행태가 악화한다고 보고, 사측과 해양플랜트 분야에 올해 300명 규모의 신규 사원 채용을 두고 협상 중이다.
최근 10개 무허가 직업소개소를 경찰에 수사 의뢰한 거제시도 문제 심각성은 인식하고 있었다. 거제시 조선&경제과 관계자는 "이게 불법 파견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가벼운 문제는 결코 아닌 것 같다. 직업소개업체 인·허가권만 있는 시 권한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고 판단했다.
실태조사에 뒤이은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공론화, 즉 이해당사자 간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심상완 교수는 "지금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고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것은 분명하고 반길 일이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인력 수급의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 부담을 가장 힘없는 하청노동자와 재하청노동자에게만 전가하는 것도 현실이다"며 "새로 생긴 일자리와 관련해 원청사나 하청업체, 노동자 간 이익과 손해를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라는 규칙이 만들어져야 한다. 불투명한 고용 관계를 계속 '쉬쉬'할 게 아니라 사회적 공론장으로 끄집어 내 원청사는 원청사대로, 협력업체는 업체대로 제도적으로 뭐가 필요한지, 현재 비정규직 어려움은 어느 정도인지 논의하는 장 마련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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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플랜트 비정규직 문제 사회적 공론화 절실
[비정규직 눈물로 만들어지는 거제 조선산업]
(3) 무풍지대 조선산업 비정규직, 해법 없나
2014년 04월 25일 (금) 이시우 기자 hbjunsa@idomin.com
지난해 12월 중순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은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들에 무등록 직업소개·무허가 근로자 공급을 하고 협력업체로부터 수수료 22억 5200만 원을 취득하고 허위 건강진단서를 제출한 혐의(직업안정법 위반 등)로 브로커 9명을 기소하고서 관계 기관 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는 검찰과 거제시청,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원청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거제시 조선&경제과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검찰은 조선소 내 불법적인 고용 관계가 심각하다며 이를 바로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 이후 올 1월 초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과 창원지청은 보도자료를 내 부울경지역 조선사에 무등록 직업소개와 무허가 근로자공급으로 구직자와 구인업체 피해를 예방하고자 올 1월 중 집중 점검·단속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 점검과 단속에서 거제는 빠졌다.
◇고용노동부 뭘 하나 = 거제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양대 조선소 내 불거진 비정규직에 대한 비정상적인 고용 문제는 겉으로는 사내 하청업체 내부 문제다. 해양플랜트 산업의 불안정한 인력 수급 체계 속에서 하청업체 간 이직 시 '취업동의서'를 통해 내부 고용 안정을 꾀했고, 일감이 들쑥날쑥하고 필요 인력 예측이 쉽지 않은 빈틈에서 불법적인 외부 인력공급업체가 양산된 셈이다.
'취업동의서'는 근로기준법 40조(취업방해 금지) 위반에 해당하며, 무등록 직업소개소의 협력업체에 대한 노동자 공급과 수수료 착복은 직업안정법 위반이자 근로기준법(9조 중간착취 배제) 위반으로도 볼 수 있다. 심지어 1차 협력업체나 재하청업체 내부에 대한 '불법 파견'으로도 볼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하지만 올 1월 초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의 조선업종 내 불법적인 인력 공급 일제 점검을 할 때 거제지역 담당인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에서는 현장 점검과 단속을 하지 않았다. '취업동의서' 문제에도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관계자는 "지청에도 한 번씩 관련 문의가 온다. 문의 시 해당 업체에 취업동의서가 '불법'임을 알리고 하지 않도록 조치한다"고 했다. 이런 개별 사안에 대한 조치는 있었지만 실제 필요한 현장 점검과 실태 파악은 없었다. 그 사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각종 불법적인 고용 관계로 신음하고 있다.
이를 두고 창원대학교 심상완(사회학과) 교수는 "해양플랜트 성장 속에 고용 문제가 악화하는 것 같다. 고용노동부가 주무부처인데, 지난해 검찰 수사는 고용노동부가 할 일을 검찰이 대신한 셈이다. 이런 불안정한 고용 형태가 계속되면 중대 산업재해 등 재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가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도 제대로 조사한 적이 없다면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대우조선노조는 '취업동의서' 문제가 조선소 내 사내 하청의 재하청업체 격인 '물량팀' 5000여 명 수준에서 발생한다고 봤다. 하지만 현장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들과 여러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상담을 해온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는 이보다는 훨씬 광범위하게 진행된다고 전했다.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 강병재 의장은 "조선소 현장에서 관행화했고, 정착된 현상이다. 명백히 불법적인 문제다. 임금 차별뿐만 아니라 일을 할 때도 억울한 일이 있어도 이직 시 발생한 '동의서' 문제가 있으니까 말도 제대로 못한다. 심지어 1년 안에 한 조선소에 2번 이상 옮기지 못하는 삼진아웃제 얘기도 나오고 한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고용허가제보다 더한 내용이다. 고용노동부가 이것을 몰랐을 리가 없다. 하루빨리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실태 조사와 함께 사회적 공론화 절실 = 조선업종 사내 하청노동자 연구자인 박종식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위원은 "불법적인 인력송출업체 난립 문제는 처음 접한다. 하지만 '취업동의서'가 조선업종 현장에서 만연한 점을 익히 알고 있다"며 "겉으로는 사내 하청(협력)업체나 재하청업체 간 문제에 그치는 것 같지만 출입증 발급과 산업안전교육 등을 위해서는 원청사에서 이들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하청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원청업체에서 사내 하청업체 인력난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통합적으로 관리하며 이런 불법적 고용 관계를 유도한 게 아닌가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원청사 또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우조선해양노조는 해양플랜트 인력이 대부분 비정규직(사내 협력업체 인력)으로 채워지다 보니 불법적인 고용 행태가 악화한다고 보고, 사측과 해양플랜트 분야에 올해 300명 규모의 신규 사원 채용을 두고 협상 중이다.
최근 10개 무허가 직업소개소를 경찰에 수사 의뢰한 거제시도 문제 심각성은 인식하고 있었다. 거제시 조선&경제과 관계자는 "이게 불법 파견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가벼운 문제는 결코 아닌 것 같다. 직업소개업체 인·허가권만 있는 시 권한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고 판단했다.
실태조사에 뒤이은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공론화, 즉 이해당사자 간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심상완 교수는 "지금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고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것은 분명하고 반길 일이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인력 수급의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 부담을 가장 힘없는 하청노동자와 재하청노동자에게만 전가하는 것도 현실이다"며 "새로 생긴 일자리와 관련해 원청사나 하청업체, 노동자 간 이익과 손해를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라는 규칙이 만들어져야 한다. 불투명한 고용 관계를 계속 '쉬쉬'할 게 아니라 사회적 공론장으로 끄집어 내 원청사는 원청사대로, 협력업체는 업체대로 제도적으로 뭐가 필요한지, 현재 비정규직 어려움은 어느 정도인지 논의하는 장 마련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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