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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독재" 논란,"군사도재보다 더하다"
정부와 다른 목소리 내면 "해임","파면"에 공권력 투입까지
이상호 기자 235st@vop.co.kr
‘독재’ 발언이 이슈다. 이른바 ‘MB = 독재’ 논란은 지난 11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6.15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역행시키고 있다”고 말한 것이 단초가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김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명박 정권은 독재’라고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당의 반응이 사건을 키운 꼴이 됐다. 여당은 “대통령을 ‘쥐박이’라고까지 부르는데 독재는 무슨 독재냐”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에선 “민주주의가 역행하지 않고 오히려 발전했다”고 대응했다.
정부·여당이 ‘MB는 독재자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일 즈음 교육과학기술부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1만6천여명의 교사들을 엄정 조치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현 정권의 의혹을 밝히라며 국세청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린 나주세무서 김동일 계장은 파면조치에 이어 검찰 고소까지 당했다.
더욱이 검찰은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이라는 각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 관련 방송을 내보낸 문화방송 제작진을 18일 끝내 기소했다. 게다가 검찰은 해당 프로그램 PD의 이메일을 공개해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 마구잡이 파면·해임 뒤엔 공권력 버티고 있어
이명박 정부 들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인사들의 파면·해임은 비일비재했다. 정부는 이들을 파면·해임 조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징계조치에 항의하면 공권력을 투입해 제압하는 방식을 취했다.
지난해 일제고사에 대한 선택권이 있다고 학생들에게 알렸다 해직·파면된 교사들이 이에 항의하며 학교에서 수업을 하려하자 초등학교에 경찰 경력 500여명을 배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학생·학부모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구본홍 YTN 사장이 ‘낙하산’이라며 퇴진을 주장한 YTN 기자들의 투쟁을 막아선 것도, 이병순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다 파면·해임된 KBS 기자 및 PD들의 항의를 막은 것도 경찰력이었다.
경찰은 지난 6월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서는 광화문에 ‘명박산성’을 쌓아 올리기도 했고, 올 초에는 용산참사 직후 추모대회가 열리는 청계광장을 경찰 차량으로 원천봉쇄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추모정국이 조성되자 서울광장을 원천봉쇄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심지어는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가 경찰에 의해 철거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검찰도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놔두지 않았다.
정부의 경제 예측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글이 일파만파 퍼지자 검찰은 그를 구속수감했으며, 용산참사와 관련해 부실수사 의혹이 퍼지자 참사 당시 동영상을 촬영한 <칼라TV>와 <사자후TV>를 압수수색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일련의 상황들을 두고 “군사정권 시절보다 더하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대국민 사과 1주년..달라진 것 있나
이명박 대통령은 여론이 악화되는 정점마다 대국민 ‘언급’을 했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19일 이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면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4월 재보선이 끝나고 나서도 이 대통령은 여당의 참패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촛불집회 당시 국민과 소통을 한다던 이명박 대통령은 여전히 촛불집회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있으며, 올해 발생한 용산참사 추모대회·노 전 대통령 서거 추모집회 역시 같은 시각으로 바라봤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6·10항쟁 22주년 기념식에서 “민주주의가 열어 놓은 정치 공간에 실용보다 이념, 그리고 집단 이기주의가 앞서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면서 “민주주의의 제도적·외형적 틀은 갖추어져 있지만, 운용과 의식은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생각이 취임 초기와 바뀐 것 하나 없음을 드러내 주는 대목이다.
대통령의 ‘언급’이 있고난 후에는 여지없이 후폭풍이 일었다. ‘촛불정국’ 사과 이후에는 검거 선풍이 일었고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 대응이 훨씬 강해졌다. 4월 재보선 관련 발언 이후에는 여당에서 이른바 ‘친박계 책임론’이 일어나며 당내 갈등이 빚어졌다.
집권 2년차 이명박 대통령에게 쏟아진 것은 막혀버린 청계광장과 서울광장 주변에서 들려오는 “민주주의 수호, 독재 타도”라는 구호와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었다. 대학교수·청소년·대학생·종교계·영화인들까지 나서는 등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시국선언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청와대가 부정하고 있는 ‘독재’라는 말은 어느 정치인이 꺼낸 것이 아니라 이미 거리에서 오죽하면 청소년들까지 나서 부르짖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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