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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전직 대통령의 갑작스런 죽음에 충격과 애도에 빠져있던 5월 25일 북한이 2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예견하고 있던 일이라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매우 갑작스런 일이었다. 특히 그 시기는 실로 드라마틱했다.
즉각 모든 뉴스의 대부분을 북핵이 차지했고, 전직 대통령의 죽음은 그 후순위로 밀렸다. 정권은 긴급회의를 잇달아 개최하고 TV에는 군 장성들이 등장해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했다. 북한 핵실험으로 제일 득을 본 사람은 이명박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남한의 정세는 아랑곳없는 북한
많은 이들이 전직 대통령 상(喪) 중에 핵실험을 한 북한의 ‘몰염치하고 몰상식함’을 비판했다. 그런데 이는 단지 ‘예의 없음’의 문제라기보다는, 북한 정부가 자신들의 정책과 행동을 결정하는데 남한 국민은 물론이고 남한의 정세와 운동진영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북한이 무엇보다 ‘자국의 생존’을 최우선시 하는 것은 현실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말로는 항상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는 북한의 이중성을 비판하는 것이다. 또한 북한을 좇아 ‘우리 민족끼리’를 최상의 가치로 삼는 이른바 남한의 ‘자주파’가 가진 환상도 마찬가지다.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
북한 김정일 정권이 자신들의 체제를 지탱해 줄 수 있는 수단으로 핵무기를 선택한 것을 결코 지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해할 수는 있다. 경제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고, 미국의 이라크 침략처럼 현실적인 전쟁 위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핵무기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북한 정권은 핵무기를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선택은 그 자체로 위험한 도박이며, 특히 남한 민중에게는 자칫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남한의 운동진영은 당연히 북한 핵개발에 반대해야 하며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요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른바 ‘자주파’로 불리는 남한의 일부 운동진영은 북한 정권을 좇아 핵무기가 마치 전쟁을 억지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다 줄 것처럼 주장한다. 그래서 때로는 “결국 미국이 두 손 들고 말거야!”라는 한심한 호언장담을 하기도 한다.
핵무기 개발이 북한 정권에게 생존에 대한 절박함의 결과물이라면 남한의 자주파에게는 (북한 민중이 아니라!) 북한 정권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기형적인 사고방식의 결과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한 자주파의 모습은 홍세화 선생이 강조하는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의 또 하나의 예라고 말할 수 있다.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자
그런데 북한 정권의 핵실험을 비판하는 것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아니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북한 핵실험의 맞은편에는 이제까지 수차례 합의 사항을 어겨왔고 문제의 군사적 해결도 마다하지 않는 미국과, 역시 힘을 통한 굴복을 해결방법이라 생각하는 이명박 정권이 있기 때문이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일본 극우 세력도 있다.)
이들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들의 강경 대응은 또다시 북한의 반발을 불러와 결국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군사적 대결을 조장하는 미국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와 비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제제와 강경 대응에 반대하고 외교적 대화를 통한 평화적 문제 해결을 요구해야 한다.
한편 이러한 거창한 주장 이전에 노동자에게 꼭 필요한 것은 평화에 대한 감수성이다. 많은 노동자들이 전쟁이 불러올 재앙과 참혹함에 대해 무감각하며, 이른바 ‘핵 주권’에 대해 정서적 친화성을 보이기도 한다.
노동자가 평화에 대해 가슴으로부터 절실함을 느낄 때, 한반도 평화에 대한 노동운동의 주장과 요구는 진정한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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