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노동운동
신나는 자본 죽어나는 현장
현대차 윤해모 지부장 사퇴 표명 … 사라지는 6∼7월 총파업과 1사1조직
현대차 울산공장이 들썩이고 있었다. 조용하기만 하던 울산공장이 쌍용차 조합원들의 처절한 절규와 금속노조의 6월투쟁에 조금씩 동요하고 있었다. 각 식당에는 쌍용자동차에 공권력이 투입되면 곧바로 파업에 돌입하자는 대의원들의 호소문이 나붙었고, 연대파업을 호소하는 현장조직의 유인물과 대자보가 하나 둘 늘어가기 시작했다.
15일 아침, 5공장에서는 5공장 현장조직위원 공동명의로 금속노조 6월 총파업 참여를 호소하는 대자보가 붙여졌고, 공장마다 투쟁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었다.
바로 이 때, 현대차 윤해모 지부장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9일 집행부 현장조직인 민투위에서 조창민 사무국장을 제명하고, 기획실장을 비롯해 상집들이 지도부와의 갈등으로 사퇴하거나 업무를 거부하자, 윤해모 지부장이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원인을 떠나 윤해모 지부장의 사퇴 표명은 무슨 의미인가? 이는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6~7월 총파업과 쌍용차 연대총파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것이며, 2009년 경제위기를 악용한 임금동결-삭감 전선의 핵심 축이 무너졌다는 의미다. 주간연속2교대제 투쟁이 무기한 연기됐다는 뜻이며, 노동운동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게 될 1사1조직 규정개정이 또 다시 물건너갔다는 것이다.
특히나 해고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현대차지부라는 큰 우산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4공장 1~200명, 3공장 130명, 5공장 240명 등 공장별로 피치다운, 정규직 전환배치를 통한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비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 막아내야 할 최악의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윤해모 집행부가 주간2교대나 임단협을 승리로 이끌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쌍용차와 금속 6~7월 총파업에 대한 현장이 압력이 점점 거세지고 있었고, 3차례에 걸친 원하청 연대회의 수련회와 사업부별 대의원 간담회를 통해 22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1사1조직이 통과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1사1조직을 두려워하는 자본
특히 1사1조직의 경우 ‘선거구 편제’가 아닌 비정규직분회 별도편제와 가입범위를 지부 운영위로 위임함으로써 그동안의 논란거리를 제거해 반대 명분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과거와 달리 통과 가능성이 있었다. 이로 인해 지난 3개월 동안 무쟁의와 노사화합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던 현대차지부와 현장조직 자유게시판이 6월 9일부터 ‘1사1조직 반대’로 도배되고 있었다. 지난 대의원대회와는 달리 회사가 그만큼 위협을 느꼈다는 방증이다. 현대차지부 한 간부는 “1사1조직이 통과되면 울산공장장이 아니라 윤여철 부회장의 목이 날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자본은 윤해모 지부장의 사퇴로 6~7월 총파업과 1사1조직의 위협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졌다. 기업지부해소와 대표지회장 선출 문제로 인해 금속노조 대의원대회가 열리기 전까지는 조기선거도 불가능하다. 자본이 얻은 것은 노조의 무력화이며, 잃은 것은 임단협이 장기화되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은 현대와 기아차지부를 핑계로 6~7월 총파업과 쌍용차지부 연대파업을 외면해왔다. 그렇다면 금속노조는 현대차지부 대의원대회를 주관해 규약에 나와있는 교섭체결권은 물론, 대의원대회에서 만장일치로 실질적인 쟁의권을 위임받고, 현장조직으로부터 비대위를 구성해 실질적인 15만 6~7월 총파업을 만들어가면 된다. 기아차와 GM대우차지부도 17~18일 조정신청을 통해 7월 총파업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장을 직접 설득하고 조직한다면 총파업은 가능하다.
- 이전글조용히 사라지는 비정규직 09.06.17
- 다음글노동자 양보론 박살내는 노조 09.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