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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여, 연행의 정당성을 밝혀라!(펌)
작성자 콜트빨간모자
댓글 0건 조회 2,924회 작성일 2009-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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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여, 연행의 정당성을 밝혀라! 쌍용차, 무너진 인권 ① 2009-07-13 19시07분 장경희(eun@cmedia.or.kr) 7월 11일, 서울에서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그 투쟁의 승리를 기원하는 단식투쟁이 전개됐다. 같은 날 쌍용자동차 공장으로 공권력이 침탈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공권력이 침탈하면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게 민주노총의 결정이었다. 그리고 11일 공권력은 들어왔다. 물론 도장공장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공권력은 공장 정문안으로 진출하여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향해 공격을 위한 진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공장 정문 앞을 배회했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비 때문인지 후텁지근한 날씨에 경찰헬기가 내렸다 앉았다 하며 온갖 흙먼지를 날려 속옷까지 흙투성이가 됐다. 경찰병력은 정문, 후문을 비롯해 모든 출입문을 봉쇄하고 드나들 수 있는 모든 구멍은 다 막고 있다. 심지어 산으로 통하는 오솔길까지도 곤봉을 든 경찰이 가로막고 있다. 쌍용자동차 주변은 계엄령이 내려진 듯, 그 누구도 공권력에 도전해서는 안 되며, 심지어 목소리를 크게 내도 안 되는 그런 억눌린 기운이 가득 차 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야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한다. "이것밖에 할 수 없고 이것이다"라는 무기력함과 "그거라도 해야 하고, 그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마음으로 초에 불을 켠다.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학생들은 몸짓을 선보이며 함께하는 연대의 마음을 나눈다. 집회 내내 머릿속에는 죄스러운 마음이 가득했다. 한 낮 뜨거운 볕이 내리쬘 때 가게로 달려가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는 것도 죄스럽고, 비가 쏟아져 내릴 때 가볍게 우산을 펴고 비를 피하는 것까지 죄스럽다.
3.jpg 예전에 집회신고를 할 일이 있어서 여러 경찰서를 돌아다녀야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상했던 건, 집회신고를 하다보면 집회신고서의 양식은 똑 같은데 그것을 처리하는 관할 경찰서의 업무처리 방식은 매우 다르다는 사실이다. 하다못해 집회시간을 ‘일출’로 해야 하는지, ‘06시’로 해야 하는지가 다르다. 어떤 경찰은 네이버에서 일출시간과 일몰시간을 확인한 뒤 명시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법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경찰들이 아주 많은 부분을 자기들 편한 방식으로 임의로 판단하고 결정한다는 짐작을 하게 한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집회신고서의 많은 칸들을 채우지 않고 가곤 했다. 쌍용자동차에서 진지를 구축한 경찰들도 마찬가지다. 불법집회라며 해산하겠다고 엄포 놓는 경찰이 한 번도 소속이 어딘지, 어디 관할인지를 밝힌 적을 보지 못했다. 신고 된 장소에서 문화제를 하는데도 경찰은 밀고 들어온다. 경찰의 해산작전으로 해산된 집회 이후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도 ‘지금 계신 분들은 방금 전 불법집회를 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해산해야 한다.’며 또 밀고 들어온다. 7월 11일, 그날도 그랬다. 엄연한 촛불문화제였다. ‘구호를 외치면 집회고 구호를 외치지 않으면 집회가 아니다’라는 경찰의 주장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촛불문화제에서 구호 한 번 하지 않는 문화제는 보지 못했다. 혹은 모르겠다. 경찰이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가스통을 들고 모두 죽이겠다고 하는 극우단체들의 시위를 불법으로 보지 않는지도. 촛불문화제는 소속을 알 수 없는 자의 경고방송과 그의 지시를 받은 경찰들이 들이 닥치면서 해산되었다. 가족대책위의 천막 바로 앞까지 경찰이 에워쌌다. 불법행위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폭력경찰 물러가라’를 외치는 것뿐이었다.
1.jpg 그런데 그 순간 전경 사이를 당당히 들어오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분명, 쌍용자동차 앞을 하루 종일 배회하면서 눈도 마주치고 옆을 스치기도 한 구사대 일부의 얼굴이었다. 그들은 갑자기 ‘폭력경찰 물러가라’를 외치는 한 남성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이었다. 왜 잡아가느냐고, 당신들이 뭔데 이 사람을 잡아가느냐고 따져 묻자 경찰이 앞을 가로막는다. 구사대로 보이는 사람 3~ 4명이 그 남성을 끌고 가고 그 뒤를 정복 입은 경찰 서너 명,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경찰 두 명이 따라간다. 그 사람 내 놓으라고 외치자 경찰이 밀어낸다. 도대체 저 사람을 연행하고 있는 자들이 누구인지,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는데도 대답이 없다. 그러기를 십여분, 사복 입은 형사 하나와 정복 입은 자(본인은 기동대 소속이라고 밝혔다.)가 연행하는 이들이 경찰임을 주장했다. 그래도 집회에서 사복을 입은 자가 연행을 하고 있으니 저 자들의 신분증을 확인해야겠다고 요구했다. 그래도 막무가내 경찰이라며 항의하는 사람을 밀쳐낸다. 연행된 남성을 일반 승합차에 태우려다 강하게 저항하자 전경버스로 다시 끌고 갔다. 전경버스의 문을 열고 연행된 남성을 밀어 넣으려는데 전경 버스의 문이 갑자기 닫혀 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연행한 자들이 자기들 편이 아님을 확인한 전경들이 당황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고참 경찰들이 문을 열라고 몇 번을 소리친 뒤에야 전경 버스의 문이 열렸다. 바로 그 순간 구사대로 보이는 연행했던 자들을 경찰이 보호하며 멀찍이 빼고 있었다. 연행된 남성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옆에 있던 정복 입은 자(본인이 기동대 소속이라고 밝혔던)에게 다시 물었다. ‘집회에서 사람을 연행할 때 사복 입은 자들이 어떻게 연행할 수 있는가?’를 따져 물었다. 그리고, ‘지금은 상황이 종료된 듯 하니 조금 전 저자들이 경찰이라고 했었는데 이제 그 증거를 내놓아 보아라’하니 그 정복 입은 자는 ‘경찰이겠지요’하며 말을 돌리고 만다. 연행되는 과정에서 눈이 마주쳤거나 막았던 경찰들을 찾아다니며 ‘구사대가 사람을 연행할 수 있는지’를 따져 묻자 모두 자리를 피한다. 울화통이 터진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2.jpg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연행된 이후 조사를 하기 전에 체포경위서인가를 써야 하는데 그 남성은 체포한 자들이 없어서 체포 경위서를 쓸 자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니 당연히 미란다원칙도 고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촛불문화제를 불법집회라고 규정한 것도 문제인데 경고방송을 하는 자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연행하는 자가 경찰인지 누군지도 알 수 없다. 인권침해는 물론 언론, 집회의 자유는 차단당하고 있다. 비단 쌍용자동차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곳곳에서 공권력의 과잉대응과 권한 남용의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래서 결심한 것은 이제, 적어도 내가 겪은 일만큼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가, 공권력의 폭력과 본질은 밝혀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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