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노동운동
단결의 자유를 확대하라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전임자 임금 금지 노조활동 봉쇄 … 산별교섭권 인정 돌파
2009년 12월 31일까지 13년간 유예되었던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상의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7월 23일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는 공익위원안을 바탕으로 고위급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한다고 발표하였다.
고위급 회의에는 노동부 차관, 한국노총 사무총장, 경총 부회장, 노사정위 상임위원등이 참석한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2MB 정권의 신자유주의 강화를 위한 기업규제 완화, 노동유연성 확대, 민주노조 말살을 위한 정책기조로 볼 때 이 번 과정에서 민주노조운동의 족쇄를 채우는 한편 노조활동의 자유를 축소하여 기업의 노무관리에 유리하게 결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노사정위 공익안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복수노조에 관련해서는 국제기준에 따라 노사정 모두 허용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핵심적으로 교섭권 관련해서는 정부와 자본이 창구단일화를 강력하게 밀어 붙이고 있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관련해서도 정부와 자본 공히 ‘금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협상카드로 ‘타임오프제(기업내 교섭, 고충처리, 노안활동등 노사합의로 예외적 유급인정)’와 ‘단계별 시행(1차 1,000인이상, 2차 500인이상등)안’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타임오프제에 대해서는 경영계조차 극렬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며, 노동계의 일부인 현대중공업노조 오종쇄 위원장과 서울메트로 정연수 위원장이 지난 7월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노사상생문화포럼에서 민주노총, 한국노총의 입장과 다른 ‘노조의 자주성을 위해 전임자의 임금은 조합비에서 지급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내놓아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후 일정은 노사정위 논의를 거쳐 하반기에 9월 정기국회를 겨냥하여 노동부에서 노동법 개정안을 만들어 상정, 통과시키는 수순이다. 이에 맞게 우리의 입장을 재정비하고 쟁점화를 통해 정권과 자본의 ‘노조활동의 자유축소’에 맞서 ‘노조활동의 자유확대’를 위해 투쟁해 나가야 한다.
복수노조 아래서의 교섭권
기업단위까지 복수노조가 허용된다는 것은 하나의 기업에 여러 개의 산별노조 하부단위와 기업별 노조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경제위기에 따라 사르코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해 1~3차 총파업을 진행한 프랑스가 기업단위까지 포괄된 8개 노총의 공동파업으로 진행되었던 것을 보면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진보, 좌파, 보수, 중도 등 다양한 정치적 성향과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개의 노총과 산별노조가 기업단위에서도 생길 가능성이 우리나라에서도 열리게 된다는 의미로 그 자체로서는 노동조합을 자유롭게 설립, 활동 할 수 있다는 단결의 자유에 부합되는 것이 분명하다.
오히려 먼저 신고된 하나의 노조만 인정한다는 복수노조 금지조항은 사용자의 노무관리에 의해 유령노조, 휴면노조란 이름으로 노조활동의 자유를 봉쇄하는데 기여해 왔음을 잘 알고 있다. 이에 한국의 노조운동도 복수노조 허용에 따라 일정기간의 경쟁, 조정관계를 거쳐 재편되는 과정을 겪게 될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교섭권의 문제이다. 노동기본권 보장 이라는 측면에서는 소수의 노조에도 교섭을 주어야 마땅하며, 국제기준과 법개정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임은 명확하다. 그러나 거기에 경제논리가 끼어들어 노동기본권을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다.
‘바빠 죽겠는데 맨날 교섭만 하라는 것이냐?’, ‘인적, 물적 교섭비용이 늘어 경쟁력을 약화 시킨다’는 등의 논리로 사회와 기업의 안정화를 위해 교섭권을 하나로 단일화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반수 노조, 다수 노조에만 교섭권을 주고 나머지에게는 교섭권을 주지 않겠다는 것은 하나의 노조만 인정하고 있는 현재의 복수노조 금지 상황과 내용상 다를 바 없게 된다.
핵심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교섭방법을 정해 나갈 수 있는 길이 봉쇄되면 안 된다는 것이며, 노사자율로 충분히 정리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현재의 노동법은 기업별노조 중심으로 이뤄져 산별노조의 교섭권조차 인정치 않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모든 복수노조에 교섭권을 인정하여 단결의 자유를 보장하는 선상에서 합리적인 교섭의 방법을 자율적으로 모색하고, 법적으로는 산별노조의 교섭권(집단교섭, 산별중앙교섭 참가의무)을 보장하는 것을 개정안에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투쟁해 나가야 한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전임자 임금지급은 정권과 자본이 만들어 논 기업별노조의 특성 속에서 기인한 것이다. 산별노조를 금지하고 기업별노조만 인정해왔던 독재시절 전임자에 대한 임금을 기업이 책임지는 것이 당연했다. 노조활동을 위해 전임자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속에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소수 대기업을 제외하고 노조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수노조 허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정부와 자본은 전임자임금지급 금지를 반대급부로 강력하게 요구해왔고 유래 없이 법조항에 삽입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면서 제기하는 논리는 노조의 자율성, 자주성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전임비를 마련하라는 것이며, 다른 나라에서도 다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첫째, 전임자 임금지급은 한국 노동자들이 기업별 울타리 안에서 노사협조주의에 안주하도록 만들기 위해 정부와 자본이 기업별노조 유지를 위해 만들어 왔던 한국적 특성이다.
둘째, 국제노동기구(ILO)도 권고했듯 전임자 급여는 입법 관여 사안이 아니며 노사자율로 풀어야 할 문제이다. 외국에 사례가 없는 것이 아니다. 스웨덴의 경우 산별노조의 사업장 단위인 지회(CLUB) 전임자의 임금을 오래전부터 사측으로부터 지급받고 있다.
셋째, 노조운동의 위축과 노동기본권의 제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서울메트로는 스스로 전임비를 마련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전체노동자의 90%이상을 차지하는 300인 이하의 중소기업 노동자들과 전체 노동자의 50%을 넘는 만성적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불안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어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고 싶어도 전임자 임금 때문에 엄두도 못내, 노동기본권 및 단결권의 제약으로 작동하게 된다.
물론, 노동부는 빨리 산별노조로 전환해서 해법을 찿으라고 한 수 지도하려고 한다. 그러나 산별노조의 교섭권이 인정되지 않고, 산별노조 활동을 위한 현장방문이나 활동도 전혀 보장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그리고 세계적인 노조탄압국으로 악명을 떨치며 조직률이 10%에 머물고 있는 이 땅에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정부가 내놓고 있는 타임오프제(일부업무에 임금지급)나 단계적 적용방안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대안이 될 수 없다. 노사자율에 맡겨두면 된다.
하반기 9월 정기국회에서의 노동관련 최대쟁점은 노동부가 비정규직 유예안을 포기하면서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문제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여태까지 그 중요성에 비해 다른 사안에 묻혀 있었던 것을 감안하여 간부, 조합원에 대한 교육?선전 및 사회쟁점화를 위한 시동을 걸어야 한다.
- 이전글경제 살아난다고? 천만에 09.07.29
- 다음글발암물질의심? 엽서한통만 09.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