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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트·콜텍 릴레이 기고]콜트·콜텍은 "연대"에 관한 이야기이다(펌)
작성자 콜트빨간모자
댓글 0건 조회 2,791회 작성일 200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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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트·콜텍은 "연대"에 관한 이야기이다                                                                                                                                                                                                                                                                                                                                                               [콜트·콜텍 릴레이 기고] 2009년 07월 24일 (금) 15:34:09 명인/가수 mediaus@mediaus.co.kr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함께 살고 있던 20대의 고모가 처음으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나는 그게 쳐보고 싶어 안달했지만, 고모는 기타를 망가트릴 거라며 나를 어린애 취급하면서 기타에 손도 대지 못하게 했다. 나는 고모가 외출할 때마다 몰래 고모 방에서 기타를 가져다 쳐보기 시작했다. 그냥 집에서 굴러다니던 포크송 가요집 뒤에 부록으로 실린 기타코드 그림을 보고 낑낑대던 나는 웬만한 포크송을 치면서 노래하기 시작했다. 기타 실력이야 그 때와 별반 차이가 없긴 하지만, 기타와의 인연이 그렇게 시작되었으니 어쨌거나 기타는 나와 꽤 오랜 지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기타를 칠 줄만 알았지, 그리고 필요하면 사는 걸로만 알았지 그 기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바로 그들, "콜트·콜텍 기타 만드는 노동자들"과 그들의 싸움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래 바로 그들, "콜트와 콜텍에서 기타를 만들다가 지금은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은 참 이상한 사람들이었다. 창문 하나 없는 공장에서 먼지와 유기용제 냄새를 마시며 저임금 노동자로 일하다가, 그마저 일하던 공장에서 내쫓기고 몇 년이 지나도록 거리에서 싸우고 있으면서도 그들은 "콜트"나 "콜텍"의 기타를 자랑하기 바빴다. 싸움에 연대하고 있는 문화노동자 중에서 다른 회사에서 만든 기타를 쓰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너무 서운해서 대놓고 "왜 우리 기타 안쓰냐?"고 따질 만큼 그들은 콜트 기타에 애착을 갖고 있었다. 보통 그런 악질적인 기업에 대항해 싸우기 위해서는 그 회사 제품을 사지 않는 불매 운동을 벌이게 되기 마련인데, 그들은 한동안, 불매운동 벌이기를 주저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기를 그토록 착취하고 억압하던, 그리고 이제는 쓰레기를 버리듯이 사람을 내치는 회사에서 만든 제품이, 대체 뭐라고 그리 좋다는 건지.
7418_12180_4912.jpg                                                                                                                      ▲ ⓒ콜트콜텍 문화행동 블로그 (cortaction.tistory.com)                                                                                                                                                                                                                                                                                                                 나는 어느날 아주 우연히 그 의문을 풀게 된다. 날씨가 꽤 춥던 겨울날이었다. 기타를 만들던 노동자들이 그들과 연대하고 있는 문화노동자들을, 대전에 있는 콜텍 공장으로 초대했다. 공장 식당이나마 간만에 거리가 아닌 곳에서 얼굴도 보고, 밥이나 한 끼 같이 먹자는 것이었다. 조합원들이 음식을 준비했고, 문화노동자들은 모처럼 쉬는 기분으로 초대에 응했다. 저녁 식사와 뒷풀이가 시작되기 전, 우리는 함께 공장을 둘러보았다. 불 꺼진 공장, 기계가 멈춘 공장, 여기저기 사측에서 노동자들 몰래 빼내려다가 가져가지 못한 기계들이 있고, 기계를 빼돌리려는 사측에 맞서 노동자들이 가압류한 빨간 딱지가 여기저기 붙어 있는 공장. 미처 기타가 되지 못하고, 각각의 공정마다 쌓여있는 나무들이 쌓여있는 공장. 나는 난생 처음으로 기타를 만드는 모든 공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자신이 무엇이 될지 아직 알지 못하는 목재가 쌓여있는 곳에서부터, 바디의 외형을 오려내고 홈을 파내는 공정, 지판 위에 음쇠를 박는 공정, 네크 가공, 정전 도장, 페인팅, 지판곡률 가공, 광택, 노이즈 방지 가공, 부품 조립 과정, 튜닝 과정, 엄격 검사 과정까지. 자세히 둘러보고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문화노동자들은 그 모든 공정을 돌아보고 있었고, 그 곳에서 기타를 만들던 노동자들은 각각의 공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우리에게 자세히 설명해줬다. 자신이 일하던 라인에 대한 설명을 할 때, 기타 노동자들은 더 열정적이 되었다. 다른 노동자가 어떤 공정을 설명하면서 그 공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할 때, 다른 쪽에 있던 노동자는 자기가 일하던 공정이 더 중요한 작업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어떤 공정에서 일하던 누구도 자기가 하던 작업이 기타 만드는 일엔 가장 중요한 작업이란다. 아무리 다른 공정에서 잘 만들어도 자기 공정에서 실수하면 완전히 기타를 망치게 된단다. 나는 그때서야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기타를 만드는 공장에도 당연히 기계가 있었지만, 기타를 만드는 작업에 기계는, 그저 사람이 하는 일을 도와줄 뿐인 것 같았다. 거대한 생산 라인에 기계처럼 사람도 하나의 부품이 되어버리는 게 아니라, 기계의 도움을 받아 장인 정신을 가진 사람이, 하는 작업으로만 좋은 기타가 만들어질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비록 열악한 환경에서 온갖 직업병과 산재에 시달리며 일하는 저임금 노동일망정 자기 노동에서 노동자가 훨씬 덜 소외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공장 견학 이후, 신선한, 그러나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고, 불매 운동을 주저하는 기타 노동자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기타"는 그저 "상품"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들에게 기타는 노래 만드는 노동자에게 "노래"가 그렇듯이, 사진 찍는 노동자에게 사진이 그렇듯이, 그림 그리는 노동자에게 "그림"이 그렇듯이, 그들이 만든 기타는 "상품"이 아니라 그저 "기타"였던 것이다. 비록 자신들이 만든 기타는 자신들이 받는 임금으로는 살 수도 없는 가격이 매겨지고 상표가 붙여져 매장에 진열되고 전 세계로 팔려나가지만. 나는 그 이후, 자주 자문해보곤 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일(노동)"을 하는가? 우리는 우리의 노동으로부터 얼마나 소외되어 있는가? 과연 모든 노동은 가치있는 것인가? 우리는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노동에, 그리고 그 노동으로 생산해 낸 모든 것에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과 같은 애착을 가질 수 있는가? 어쩌면 혹시나 우리의 노동은 이 세상을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 세상을 점점 더 견디기 어려운 지옥으로 만드는 일에 복무하고 있지는 않은가? 물론, 다시 모든 노동자가 장인 정신으로 일하는 수공업 시대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내가 가끔 떠올리는 위와 같은 자문자답엔 어느 정도, 노동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 들어있다. 그리고 나는 적어도, 이 세상을 좀 더 숨쉬고 살만한 곳으로 만들겠다고 하는 우리는, 가끔은 이 불편한 진실과 대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고선, 우리는 우리가 그토록 반대하는 자본과 닮아가거나, 적어도 그것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콜트·콜텍의 투쟁을 지지하기 위한 글로는 다소 엉뚱한 얘기만 늘어놓은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히 "연대"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의 싸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함께 했던 내게 그들의 "노동"과 "투쟁"이 물었다. 그것은 내 삶과 내 운동 전반에 걸친 질문이었다. 그들의 노동과 나의 노동, 그들의 투쟁과 나의 투쟁, 그것은 어떤 것이었고, 그리고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에 대해서. 우리가 함께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에 대해서. 이제 그들은 자기 노동에 대한 애착을 넘어섰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콜트콜텍 기타에 대한 불매 운동을 시작했다. 나는 그들이 싸우고 있는 한, 어떤 방식으로든 그들과 함께 하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는 그들과 함께 싸우는 동안 내게 던져진 질문들을 피하지 않으려고 한다. 때로는 같은 전선에서 때로는 다른 전선에서, 우리의 노동과 우리가 꿈꾸는 세상에 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성실하게 답하며 사는 것, 그것이 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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