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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와 노동자
자살 부르는 고용지옥
2-30대 사망원인 1위 자살 … 대학 나와도 실업자 아니면 비정규직인 절망의 세대
한국사회 사망원인 1위는 암이지만, 2~30대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사망원인 통계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 사망자는 24만6천113명이며, 3대 사망원인은 암(28.0%), 뇌혈관 질환(11.3%), 심장 질환(8.7%)으로 총 사망자의 48.1%를 차지했으며, 자살이 5.2%로 4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자살에 의한 사망자는 1만2858명으로 2007년보다 684명(5.6%) 늘었으며, 1998년에 비해서는 7위에서 4위로 3계단이나 뛰어올랐다.
미래의 희망을 꿈꾸어야 할 젊은이들이, 외국과는 달리 왜 한국에서만 유독 자살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가?
이에 대해 통계청은 “지난해 하반기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고 유명 연예인이 잇달아 자살하면서 젊은층에 ‘베르테르 효과’가 나타나 자살이 급증했다”며 젊은이의 자살을 최진실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죽도록 공부해서 대학을 나와도 취직할 곳이 없어 실업자로 떠돌거나 월급 100만원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으로 살아가야 하는 젊은이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88만원 세대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88만원 세대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취직 경쟁률이 수 백 대 일
오는 9월 26일 치러지는 대구시 7급 행정직 공무원 공채 시험에 5명 모집에 2천329명이 응시해 466대 1의 기록적인 경쟁률을 보였다. 5명을 뽑는 시험에 어쩌구 저쩌구. 지난 7월 25일 실시된 행정안전부 7급 공무원 시험도 600명 모집에 4만8천17명이 지원해 80대 1을 기록했고,
지난 8월 16일 치러진 서울시공무원 시험에는 246명 모집에 3만134명이 응시해 122.5대1을 기록했다. 부산시 7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292.4대 1이었다. 경제위기 전이었던 2008년 9월 27일 중앙선관위 9급 공무원 공채 시험은 674대1이었고, 8월 서울시 공무원 시험도 71.8대1이었다.
지난 3월 4일 외환으ㄴ행의 정규직 신입 행원 모집에는 100명 모집에 1만5424명 응시해 154대1을 기록했다. 2008년 5월 공채 때도 70명 모집에 9764명이 지원해 139.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으ㄴ행의 ‘시다바리’이며, 3~6개월 후 모두 쫓겨났던 인턴 행원도 300명 모집에 3335명이 지원해 11대1이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취직한 곳이 으ㄴ행이며, 공무원이었지만 이제는 일류대학을 나와도 취직하기 어려운 곳이 되어버렸다.
고려대 학생 자살 사건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현대, 기아, 삼성 등 대공장에는 정규직은커녕 비정규직도 취직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기아차 모닝공장, 대우버스 울산공장, STX중공업 등 ‘정규직 0명 공장’은 갈수록 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3월 9일 고려대 학생이었던 정모씨가 29살의 나이로 한강에 뛰어들어 자살한 사건이 바로 2~30대 젊은이들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죽어라 공부하고 거액을 갖다바쳐 대학을 졸업해봐야 실업자이거나 비정규직인 사회를 바꾸지 않고서는 자살을 막을 수 없다.
젊은이들을 죽음의 늪에서 건져내기 위해서는 상시적인 일자리엔 비정규직을 뽑을 수 없도록 비정규직법을 개정해야 하며, 정부와 회사가 신규 채용을 확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대학등록금에 4대강 삽질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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