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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
내부혁신 없이 투쟁한다고?
민주노총 직선제 폐기 안돼 … 민주주의 확대?현장의 힘 강화 만들어내야
지난 8월 27일 민주노총 중앙위원회는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제출한 "민주노총 임원 직선 1회(3년) 유예" 방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9월 10일 임시대의원대회에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하였다.
불과 몇 달전 "개인적으로는 민주노총 직선제에 반대했지만, 조직적으로 결정된 사안인 만큼 책임지고 준비해나가겠다"던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의 지도력은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게 되었다. 민주노총 중앙위원회는 하반기 주요한 투쟁일정이 배치되어 있다는 점, 조직적으로 선거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직선제를 연기함으로써 민주노총을 조합원에게 돌려주자는 애초 취지를 뒤엎어 버렸다.
만약 임시대의원대회에서도 이 안이 통과된다면 지금까지 준비해온 민주노총 직선제는 물거품이 되는 것이며, "3년 후 실시"라는 문구조차 공문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총은 2년 6개월 전에 결정한 직선제도 추진하지 못하는 식물노조로 전락하게 되었다.
2년 전 국회에서 통과된 비정규법을 미리 준비하지 않고 시행을 유예하려고만 하는 노동부장관을 검찰에 고소한 당사자 중 하나가 민주노총이었다. 그런 민주노총이 내부혁신과제였던 직선제를 2년 6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준비가 안 되었다는 이유로 연기하려고 한다면 정권과 자본이 무어라 하겠는가?
연기하는 것이 정말 불가피하다면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2년 6개월간의 준비과정을 보고하고 설득을 해야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또다시 상층부의 결정으로 민주노총 직선제 연기를 밀어붙인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2년 6개월 동안 무얼 했는가?
민주노총 직선제는 지난 2007년 4월 우여곡절 끝에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를 통과한 민주노총 혁신방안 중의 하나였다. 민주노총 직선제가 곧 민주노총 혁신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노총 직선제를 통해 그동안 간선제로 선출되었던 민주노총 임원/대의원을 조합원들이 직접 선출하게 함으로써, 혁신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
2006년 당시 민주노총 집행부는 민주노총 혁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국을 순회하면서 조직체계 혁신방안으로 선거인단을 구성하여 지도부를 선출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민주노총 직선제에 대해 선거관리가 힘들고,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며, 내부 분란을 부추긴다는 등의 반대 이유들이 제기되었지만, 결국 조합원들은 직선제에 손을 들어주었고 이석행 집행부 또한 추진하지 않을 수 없도록 강제되었다.
비록 대의원대회를 통해 결정된 직선제라는 것이 임원 선출에 한정되고, 대의원 선거는 여전히 간선으로 진행되는 반쪽짜리 직선제였지만, 가능할까 의심되었던 민주노총 직선제는 민주노총 내 대세로 자리잡게 되었다.
현장의 힘으로 만들어진 직선제
그렇듯 민주노총 직선제는 간단하게 결정된 것이 아니었다. 이후 민주노총은 직선제 준비위원회를 설치하여 직선제를 준비해왔으며, 금속노조, 민주노총 지역본부 등은 직선제를 치를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해 둔 곳도 있다.
이처럼 어렵게 만들어진 민주노총 직선제를 다시 한 번 유예한다는 것은 심각한 결말로 이를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민주노총 직선제를 유예하는 이유로 준비 부족이나 하반기 투쟁을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직선제를 하기 싫어서 변명을 일삼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직선제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도 의문이다.
요즘 대부분의 사업장들이 어렵게 민주노조운동을 이어나가고 있고, 경제위기에 대한 노동자 고통전가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힘겨운 투쟁을 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힘든 상황을 핑계로 자꾸 직선제를 연기하려는 근거들만 확보하지 말고, 적극적인 의미를 제시하는 것이 민주노총 지도부의 임무다. 적어도 현재의 상황에서 직선제는 두 가지 정도의 의미에서 적극적인 의미가 있다.
민주주의 확대 강화의 길
하나는 민주주의를 거꾸로 되돌리는 이명박 정권에 맞서 투쟁한다는 의미에서도 민주노총 직선제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노동자 민중의 입에 재갈을 물리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면, 노동자 민중은 오히려 내부 조직의 민주주의를 더욱 확대함으로써, 노동자 계급의 우월성을 전 민중에게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갈수록 심화되는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기로 결정된 것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해내고, 민주노조운동의 지도부를 전 조합원이 선택하는 훈련을 강화해 나가는 것으로도, 민주노총의 위상은 노동자들 사이에서 크게 높아질 것이다.
투쟁과 내부 혁신은 동전의 양면
두번째 하반기 구조조정 저지 및 생존권 쟁취 투쟁때문에 직선제를 하기 어렵다는 것도 옹졸한 판단이며, 생존권 투쟁만큼 내부혁신투쟁도 중요하다는 것을 전 조합원들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지금이 개별 사업장이나 업종별 투쟁만을 핵심으로 가져가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때인가? 세상을 바꾸겠다는 전망 없이, 자기 사업장만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인가?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민주노조운동이 내부혁신을 위한 스스로와의 투쟁을 통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상황으로까지 가고 있는 상태이다. 향후 계속될 단사 투쟁, 업종별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노총 직선제를 실시하는 등의 내부혁신과제를 동시에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
직선제 실시도 우리가 돌파해 나가야 할 중요한 투쟁이다. 직선제 실시를 회피하려 하지 말고,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직선제를 생각한다면, 3개월밖에 남지 않는 민주노총 직선제는 더 이상 어려운 과제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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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드립니다
지난 8월 25일자로 발행됐던 <변혁산별>71호 ‘이명박과 화해는 없다’는 글에서 “오늘 노동운동의 모습은 김대중 전 대통령 앞에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했던 표현에 대해 독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글의 취지는 신자유주의를 추진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함께 용산 철거민 참사 투쟁과 쌍용차 투쟁에서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지도부에 대한 평가와 반성을 위한 글이었으나 ‘김대중 전 대통령 앞에 부끄러운 모습’이라는 표현 등이 글 전체의 맥락에 비추었을 때 곡해의 여지가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노동운동 지도부에 대한 과도한 비판으로 정권과 자본에 대한 투쟁과 비판이라는 근본적 역할이 소홀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성찰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울러 <변혁산별> 독자 여러분의 비판에 더욱 귀를 기울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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