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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쫓아낼 후보가 되지 않길
[현장에서] 현대차 선거를 바라보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편지
현대차 3대 지부장에 출마한 이경훈, 홍성봉, 권오일, 김홍규 후보에게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요즘 선거로 정신이 없을 지경입니다. 현대차지부장 선거에 출마한 네 팀의 후보들이 온 종일 공장을 돌며 조합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고, 공장 곳곳에는 선거 유인물과 대자보들로 넘쳐납니다. 현대차 울산지회장이나 대표지회장 선거가 아니라 2009년 9월 말로 사라지는 현대차지부장 선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동시에 진행되는 금속노조 선거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똑같은 공장, 똑같은 라인에서 정규직과 똑같이 일하고 있지만 투표권이 없는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현대차 차기 지부장에 누가 당선되는지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경제위기 이후로 1차 하청만 4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장 밖으로 쫓겨났고, 지금도 정규직 전환배치로 인한 비정규직 해고가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 얼마나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의 고용을 함께 지켜줄 후보가 누가 될 지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현대차지부 선거는 예전부터 민주 대 어용 구도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1차에서 다득표한 후보가 2차에서 민주파들이 연합해 떨어지는 일들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올해도 민주파로 불리는 현장조직들에서는 2차에서 단결해 지부장을 당선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쉽지는 않은 듯합니다. 과거 민주파라고 불린 위원장과 지부장들이 온갖 비리와 잘못을 저질렀고, 급기야 윤해모 집행부에 이르러서는 임단협과 쌍용차 연대파업, 1사1조직을 한꺼번에 날려버린, 사상 초유의 지도부 사퇴까지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거 ‘어용’으로 불린 후보는 “누가 어용이냐”며 ‘참민주후보’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민주파라고 불린 집행부들이 해왔던 참담한 결과라고 해야겠지요.
이로 인해 민주파와 금속노조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태에서 과거와 같은 민주파의 단결을 통한 재선을 쉽지 않은 듯합니다. 오히려 민주파 후보들이 결선에 진출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비정규직 동지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정규직의 전환배치로 비정규직 해고를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고, 1사1조직을 극렬하게 반대했던 후보가 당선된다면 아마 지금까지는 겪지 못한 고용불안과 절망에 빠져들 것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1사1조직을 통한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통합도 어쩌면 이제 영영 포기해야 할 지 모른다는 말들까지 합니다.
그래서 한 비정규직 활동가는 “만약 어용후보가 당선되면 우리는 2년 동안 고개 푹 숙이고 제발 짜르지만 말아달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합니다. 그럴 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민주파 후보가 당선된다고 비정규직까지 고용을 보장하고, 1사1조직 사업을 반드시 실현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현대차지부가 그 동안 분명하게 보여주었지요.
하지만 민주파 후보들은 과거 운동에서 비정규직이 내미는 손을 잡으려는 노력을 끊이지 않았습니다. 회사파 어용 대의원들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지만 1사1조직을 통과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래서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지만 민주파 동지들이 당선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의 선거를 비정규직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유입니다.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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