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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
민주는 어용되고 어용은 민주행세
[현장에서] 선명성 사라진 노동조합 선거 … 누가 되도 회사는 무관?
2009년 9월은 향후 2년 동안 금속노조와 지회의 지도부를 선출하는 시즌이다. 지역지부가 내부사정으로 인해 연기 되었지만 15만의 대표, 가장 피부에 와 닿은 지회의 지도부를 결정하는 것은 조직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것이다.
노동조합의 선거는 지난 2년 동안의 평가와 새로운 변화를 주장하며 후보 진영마다 치열하게 선거를 치른다. 그래서 선거투쟁이란 말도 한다.
예전의 노동조합 선거는 분명한 선이 있었다. 자본이 좋아하는(?) 혹은 지지하는 후보와 민주적 지도부의 첨예한 대립이 있었지만 요즘 선거에선 그런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민주와 어용의 선이 잘 보이지가 않는다. 민주는 어용화되고 어용은 세련되게 변하면서 별반 다를 것 없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혼돈스런 상황이다.
그렇다고 정책선거가 되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당선을 위해 조합원들의 입맛에 끌리는 공약들만 난무하고 노동조합의 원칙이나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다. 기업지부에서는 비정규직에 대한 언급은 금기시 되었고, 성과급과 주식, 금속노조 규약에 반하는 공약들까지 버젓이 나돌아 다닌다.
한국정치 후진성의 대표적 문제인 학연, 지연, 혈연이 선거에 중요 기준이 되고 표를 위해서는 집회 참석보다 서클활동 참여가 더 중요한 일들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가장 즐기는 것은 다름 아닌 자본가들이다. 누가 이겨도 상관없는 혹은 누가 이겨도 내편인 느긋한 게임을 관전하는 이들이 조합 선거의 최후 승리자가 아닐까?
조합원 입맛에 맞는 공약만 걸다
금속노조의 선거는 지난 5기 지도부에서 5개 팀과 부위원장 15명이 출사표를 던지며 조합원들로 하여금 후보자가 너무 많아 선택이 쉽지 않았지만, 올 6기 선거에는 2개 팀만 출마했고, 부위원장은 일반명부 3명 비정규 할당 1명이 등록조차 못하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그리고 출마한 입후자들 가운데 대부분이 그 전에 지부 혹은 조합에 임원으로 몸담은 동지들이고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은 거의 없다. 금속노조 내에 인물의 폭이 너무 좁은 것일까? 부위원장 후보자가 미등록 된 것은 실망스러운 점이다. 시대가 아무리 암울하지만 저 번 선거만 해도 15명이나 난립하더니만,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태도가 조합원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우려스럽다.
혹시 금속노조 선거까지 자본이 보기에 누가 이겨도 내편인 선거는 아니길 바란다.
노동조합 선거는 노동조합답게
노동조합 선거를 다른 일반 선거와는 달라야 된다. 노동조합 내부에 대한 냉정한 비판과 폭로 그리고 반성과 혁신을 위한 선거가 되어야 한다. 물론 당선이 목적이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다 버려도 되는 것은 아니다. 맹목적으로 표만 바라보고 그 것을 최대로 생각한다면 정치인과 다를 바 뭐가 있겠는가?
조합원들이 원한다는 변명 아래 오히려 선거판에서 조합원들의 눈과 귀를 잘못된 곳으로 향하게 하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자본에 대한 저항과 투쟁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대안이 노동조합 선거에서 필요한 것이라 본다.
어느 때 보다 비바람이 거센 험난한 바다에 노동조합의 배가 놓여있다. 선장의 현명한 선택이 모두를 살릴 수도 죽일 수 도 있다. 노동조합만 바라보는 선거가 되길 현장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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