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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울타리 넘어 풀빵연대로
작성자 연대실천
댓글 0건 조회 3,191회 작성일 200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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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운동

기업 울타리 넘어 풀빵연대로


  오늘 밤 전태일 평전을 다시 읽어야 할 이유 … 역사, 노동운동의 침묵 평가할 것


  세계를 놀라게 하는 한국노동운동의 전통이 있다. 그것은 1년에 한 번 5만명 규모의 전국 노동자가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이다. 무엇이 한국의 노동자들을 전국노동자대회라는 이름으로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가? 전태일 열사다.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기리며 당면 투쟁을 결의하기 위해서 반드시 전국노동자대회에는 참석해야 한다. 참석하지 않으면 죄인된 심정으로 1년을 살아가야 할 뿐 아니라 피선거권이 제한될 수도 있다. 한국노동자의 가슴 속에는 전세계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이념에 더해 전태일 열사의 정신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명박 정권의 신자유주의 공세 앞에서 모든 대안은 기업의 울타리와 정규직의 기득권을 넘어선 연대 속에만 찾아질 수 있다고 하는데 연대하지 못하는 현재의 우리의 모습 속에서 눈물로 밤을 지새며 읽었던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는 다시 읽혀져야 한다. 그렇게 노동운동은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바보가 되라


  전태일 열사는 재단사들로 바보회를 만들었다. 인간적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 바보들이 바보임을 자각하고 바보신세를 면하기 위해 현명한 바보가 되자는 취지다. 한국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재벌-대기업인 것처럼 사실 한국 노동운동의 운명을 쥐고 있는 것도 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모든 사안에 대한 의결과 집행에 직접적인 영향력이 행사되고 있으며, 투쟁의 영향력도 대기업의 가세에 달려 있다. 즉, 대기업-정규직노동자들이 어느 편에 서냐에 따라 노동운동이 향방이 가름된다고 볼 수 있다.


  자본과 적당히 타협하며 기득권을 수호해 나갈 것인가? 아니면 전체노동자의 편에 서서 투쟁해 나갈 것인가? 전태일 열사는 바보가 되자고 한다. 대기업 울타리 안에서 내고용만 보장되면 아쉬울 게 없을지 모르지만 신자유의 공세?비정규직 문제?전체노동자의 미래는… 공장을 넘어선 연대와 활동, 투쟁이 아니고서는 답이 없다.


  총고용 보장 전선이 쌍용차에서 무너졌지만 역사는 연대하지 못한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완성차들의 침묵을 평가할 것이다. 또한 내 옆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인정과 우선해고를 대가로 얻어지는 나의 고용보장은 결국 노동자를 억압하는 구조와 협력하게 되는 것이다. 전태일 열사는 당장의 눈앞의 이익보다 노동자를 억압하는 구조와 맞서는 현명한 바보가 되자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풀빵 연대-‘나의 또 다른 나’-


  전태일 열사 그 자신은 재단사였다. 그러나 어린 여공들의 인간다운 삶을 찾아 주기 위해 온 몸을 던졌다. 피곤에 지친 몸을 이끌고 밤늦게까지 탄원서, 진정서를 쓰고 있는 전태일 열사. 차비로 어린 여공들에게 풀방을 사주고 청계천에서 수유리까지 그 먼 길을 걸어갔던 열사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답고 그립다.


  재단사인 열사에게 더 열악한 조건에 있는 어린 여공들은 ‘또 다른 나’였고 ‘나의 일부’였다.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노동3권은 10%에게만 보장되고, 자본의 진출입이 국경을 넘어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세계화 시대에 연대가 실현되지 않고서는 노동자는 하나일수 없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자본과의 전쟁은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넘어 지역 연대, 지역연대를 넘어 전국연대, 전국연대를 넘어 국제연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연대의 실현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새가 세상과 만나기위해서 알을 깨고 나오듯이 기업의 울타리를 부수고, ‘나만 살면된다’는 배타적 의식의 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진통으로부터 출발한다. 쌍용차의 정리해고가, 비정규직이 감내하고 있는 차별과 만성적 고용불안이, 인도 현대차의 노동탄압이 내 아픔이 되고 연대할 수 있을 때 그 속에 노동운동의 미래가 있다. 전태일 열사가 죽어서라도 굴리고자 했던 굴리기를 멈출지 않겠다는 그 다짐 뒤로 수많은 열사들과 선후배 동료들의 희생과 대중적 역동성으로 민주노조운동은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민주노조운동은 열사 앞에 얼마나 떳떳한지? 우리 스스로 되돌아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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