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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검찰의 불법-무식 까발려진 재판
모터쇼 기자회견 불법연행 첫 재판 … 최고액보다 많은 벌금 구형, 단순가담 기소
2009년 4월 3일 서울모터쇼가 열리고 있던 일산 킨텍스 건물 밖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던 비정규직 노동자 50여명 중 40명이 연행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금속비정규투쟁본부’는 기자회견 취지를 밝히고 회견문을 낭독한 후 준비해온 차 ‘모닝’에 비정규직의 희생과 해고를 상징하는 ‘선지’를 뿌리는 상징의식을 한 후 해산했다.
이대우 집행위원장이 해산을 선언한 후 우리는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었고, 경찰은 갑자기 달려들어 40명을 불법 연행했다. 재벌신문들은 ‘엽기적인 선지시위’라며 호들갑을 떨었고, 경찰은 4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풀려났다. 당시 서울중부경찰서의 한 경찰은 “당시 행사장 안에는 한승수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있어 과잉충성을 한 것”이라며 불법연행을 자인하는 전화를 했었다.
불법연행과 폭행, 불법감금으로 손해배상을 받아야할 노동자들에게 검찰은 7명을 기소하고, 21명에 대해 벌금 2~300만원씩 총 5,100만원의 벌금폭탄을 때렸다. 죄가 안 될 것 같으니까 검찰은 약속했던 병원 치료를 이유없이 거부한 것에 대한 유치장 안에서의 항의에 대해 ‘공무집행방해’를 추가했다. 심지어 구속영장이 기각된 4명에 대해서 추가 증거 없이 다시 영장을 청구했다가 영장실질심사조차 열리지 못하고 기각되기까지 했다. 과잉충성을 위한 불법을 감추기 위해 불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불법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벌금납부를 거부하고, 정식기소를 했고, 10월 15일 오전 11시 20분 일산지원 501호 중법정에서 첫 재판이 열렸다.
재판 풍경은 기이했다. 단일 사건의 재판에 ‘피고인’ 27명에 참관인까지 35명이 법정을 가득 채웠다. ‘피고인’들은 피고석에 앉지도 못하고 방청객석에 앉아 있었고, 주소와 주민번호 등 확인 사항도 7명을 제외한 나머지에겐 생략됐다.
순천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는 5명의 조합원들이 전날 밤에 근무를 마치고 올라왔고, 현대차 전주공장에서는 재판 참관을 위해 4명의 동지들이 월차를 내고 함께 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새날 법률원의 이종호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집시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고, 불법연행과 감금, 정당방위 등을 제기했다. 기자회견을 처벌하는 것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겠다는 의견도 밝혔다. 노동자들은 당시 촬영한 동영상도 증거자료로 제출할 예정이다.
최고액이 250만원인데 300만원 구형
이날 판사는 검찰과 경찰의 불법행위 두 가지를 지적했다. 판사는 “미 신고 불법 옥외집회는 주최자만 처벌이 가능하고 단순가담자는 처벌할 수 없는데 주최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 기소를 했다”며 검찰에게 이를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판사는 “미신고집회의 처벌기준은 벌금 2백만원을 넘을 수 없고, 해산 명령 불이행 건도 양형기준이 벌금 50만원을 넘을 수 없어서, 두 가지를 다 합산하여도 2백 50만원을 넘을 수 없는데, 검찰은 3백만원을 약식기소했다”고 지적했다. 최고형이 2백 50만원인데 검찰은 10여명에게 3백만원을 구형한 것이었다.
법도 모르는 검찰과 경찰의 무식함이 판사에 의해 까발려진 것이었다.
이날 판사는 재판에 출석을 하려면 이틀이나 월차를 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불출석이유서’를 제출하면 인정하겠다고 해 권력에 과잉충성하려는 검찰에 의해 인권마저 유린되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했다.
야간촛불집회의 헌법불일치 판정처럼 정당한 기자회견에 대한 집시법 위반 처벌에 대해 주눅들지 말고 당당하게 싸워 정권의 시녀 검찰과 경찰의 불법만행을 폭로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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