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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들에게 삶의 노래를 돌려주고 싶습니다.(옮김)
작성자 콜트빨간모자
댓글 0건 조회 2,960회 작성일 2009-10-31

본문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09년 10월 2호 특집기사 ①

콜트/콜텍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에게 삶의 노래를 돌려주고 싶습니다

이원재

(문화연대 활동가, 콜트/콜텍기타를 만드는 노동자와 함께하는 문화노동자들cortaction.tistory.com)

여기 기타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생 창문 하나 없는, 먼지가 가득 쌓인 공장 안에서 아름다운 소리를 뿜어낼 기타를 위해 노동하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손과 땀, 열정과 기술로 만들어진 기타를 통해 우리는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듣고, 춤을 추었습니다. 그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의 고통과 희생으로 기타 회사는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고, 그 회사의 사장은 한국에서 120번째의 부자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거리로 내 몰렸다는 소식과 마주쳤습니다. 자신들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요구했다는 이유, 최소한의 살아 숨 쉴 수 있는 노동환경을 요구했다는 이유,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극복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기타를 만들던 노동자들은 순식간에 거리로 내 몰렸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또 하나의 가족”이라며 기타 노동자들을 독려하던 사장은 갑자기 얼굴색을 바꾸고 멀쩡한 공장의 문을 굳게 닫아버렸습니다. 사장은 해외에 공장을 새로 열었고, 가족같이 일했던 노동자들에게는 무시와 모멸 그리고 탄압으로 일관했습니다.

기타를 만들던 노동자이자 장인이었던 사람들은 목숨을 건 투쟁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생존하기 위해, 노동자로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악기를 만드는 장인으로서 자신의 노동을 지속하기 위해, 그리고 인간으로서 불의에 맞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보장받기 위해서.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은 1000일이 다 되어가도록 빈 공장에서, 거리에서, 고공 철탑 위에서, 차디찬 천막 농성장에서 호소하고 있습니다.

“기타를 다시 만들고 싶다고”

이 회사의 이름은 “주식회사 콜트악기”입니다. 그 사장의 이름은 “박영호”입니다. 기타를 만들던 사람들의 이름은 “콜트?콜텍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입니다.  
이제 우리는 지금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이자, 세계적인 기타 제조업체인 “주식회사 콜트악기”의 숨겨진 진실을,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콜트, 콜텍 기타”에 녹아 있는 노동자들의 아픔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콜트, 콜텍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의 힘겨운 투쟁은 한국 사회에 콜트, 콜텍 기타를 둘러 싼 진실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그 진실 속에서 “콜트악기”는 결코 자랑스러운 한국 기업이 아니었고, “콜트 기타”를 통해 나오는 소리는 더 이상 아름답게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콜트 기타가 내뿜는 아름다운 소리 속에는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의 눈물과 절규가 짙게 배어 있었고, 노동자의 삶과 목숨을 위협하는 콜트악기 자본의 폭력이 아른거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콜트악기는 인천의 콜트, 대전의 콜텍, 인도네시아, 중국 등 6개의 법인을 소유하고 있으며 세계 기타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거대한 기타 제조업체입니다. 콜트악기는 1996년부터 2007년까지 적자 없이 누적흑자 878억 원을 벌어들인 부자기업이며, 콜트악기의 박영호 사장은 한국에서 120위의 부자이자, 천 억 원대의 재산가입니다.

하지만 콜트, 콜텍 공장에서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은 콜트악기의 사장이 부자가 되고 회사가 국제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안 오히려 임금 착취, 산업재해, 강제 퇴직, 노조 탄압 등으로 고통받아왔습니다. 심지어 콜트악기는 2007년에 일방적인 집단 정리해고와 위장폐업을 자행하였으며, 지금 이 순간까지 콜트, 콜텍 노동자들은 부당한 해고와 위장폐업에 맞서 목숨을 건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힘없고 가난한 콜트, 콜텍 노동자들은 거리농성, 분신, 송전탑 고공투쟁, 단식투쟁 등 죽는 것을 빼고는 모든 것을 하였지만, 콜트악기 자본의 대답은 언제나 노조 와해공작과 공권력을 동원한 폭력뿐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수많은 음악인과 예술인들이 콘서트를 비롯하여 다양한 예술활동을 통해 콜트, 콜텍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의 이름으로, 노동자의 이름으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한 인간의 이름으로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와 문화예술인들의 삶의 연대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인들은 아름다운 기타 소리만큼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의 삶이 아름답기를 간절하게 바라기 때문입니다.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정당하게 보장되는 사회에서만이 음악과 예술이 아름답게 울려 퍼질 수 있는 사회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가 만든 기타가 문화노동자의 상상력과 평화롭게 만날 수 있는 세상만이 문화예술이 꽃 필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문화예술인들은 콜트악기 자본에 의한 착취, 고통, 죽음의 소리가 아닌 삶의, 노동의, 희망의 기타 소리를 듣고 싶은 문화노동자들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콜트, 콜텍 문제를 접한 후 콜트, 콜텍 노동자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2009년 8월 13일 한국의 서울고등법원은 콜트 노동자들과 관련된 재판에서 콜트 기업의 부당해고를 지적하며, 노동자들의 정당성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박영호 사장을 비롯한 콜트악기 자본은 아직까지도 콜트, 콜텍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 탄압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가진 자의 권력을 휘두르며 콜트, 콜텍 노동자들에 대한 폭력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콜트악기 자본은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법률적으로 보장된 노조 사무실에 대한 침탈, 천막 농성장에 대한 불법적인 폭력 철거 등을 지금 이 순간에도 반복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처럼 비인간적인 콜트악기 자본이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 인도네시아 등 또 다른 공장에서 전 세계 노동자들을 착취하며 눈물의 기타, 죽음의 기타를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의 법제도를 어겨가며, 노동자에 대한 탄압과 착취를 반복했던 콜트악기 자본이 중국, 인도네시아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줄리 없습니다. 지금 콜트악기가 만들고 있는 기타는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가 아니라 고통을 재생산하는 기계일 뿐입니다.  

노동과 음악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호소합니다.

인간의 삶과 음악의 아름다움을 위해 콜트, 콜텍 노동자들과 함께 해주십시오. 잠들어 있는 기타를 깨우고, 멈춰선 공장을 다시 돌리고,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의 열정과 기술을 녹슬지 않게 하기 위해 연대해주십시오. 콜트악기 자본과 박영호 사장이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인정하고, 공장을 정상화하도록 항의해주십시오. 양심 있는 시민으로서 콜트악기 자본과 박영호 사장의 위장폐업, 노동자 탄압에 주목해주시고,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여러분들의 관심과 지지로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이 삶의 노래를 되찾을 수 있기를 간절하게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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