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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의 설음. "베트남 참전회", 비정규직 해고자를 덮치다(프레시안)
작성자 비정규직
댓글 0건 조회 2,983회 작성일 200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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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가 쫓겨나지 않는 곳은 1평 유치장 뿐…" "남녘에서 올라온 간첩들"을 응징한 역전의 용사들 지난 7일, 서산시청 앞 광장에 설치되어 있던 금속노조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해고자들의 천막농성장이 강제로 철거되었다. MB정권 아래서 해고자들 천막 하나 부서진 것은 이제 뉴스거리도 아닐 테지만 이 사건이 눈길을 끄는 것은 천막을 박살낸 장본인이 경찰도 공무원도 아닌 관변단체, 보수단체 할아버지들이었다는 점이다. 오전 10시쯤 농성장 주변에 모여든 90여 명의 할아버지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왜 모였는지도 알지 못했다. 베트남참전유공자회 서산지회장 이상범 씨가 화단에 올라가서 일장연설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는 동희오토 해고자들이 "서산 사람이 아니라 남녘에서 올라온 사람들이다" 라는 다소 난해한 이유를 들어 천막이 철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봉에 서서 칼을 들고 천막을 찢던 할아버지는 해고자들은 "간첩"이고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들은 "빨갱이"들이라며 침을 튀기셨다. 남녘에서 올라온 간첩이라…. 동희오토 해고자들은 여전히 이 수수께끼의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남극에서 북극곰을 찾는 게 빠를 테지만.
60091112102504.JPG                                                                                          ▲MB정권 아래서 해고자들 천막 하나 부서진 것은 이제 뉴스거리도 아닐 테지만 이 사건이 눈길을 끄는 것은 천막을 박살낸 장본인이 경찰도 공무원도 아닌 관변단체, 보수단체 할아버지들이었다는 점이다. ⓒ프레시안                                                                                                                                                                                                                                                                                        반민주, 극우, 관료, 공권력의 대동단결 4개월째 광장을 지킨 천막은 그렇게 찢기고 부서졌다. 몇몇 할아버지들은 항의하던 노동자의 목을 꺾어진 죽봉으로 감고 질질 끌고 다니는 "변태적 폭력성"마저 드러내셨지만 대다수의 단체 회원들은 뒷짐을 지고 혀를 차며 사태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백주대낮의 폭력사태를 잠자코 바라보기만 한 자들이 또 있으니 다름 아닌 경찰들이었다. 서산시청의 사주를 끝내 부인하는 할아버지들과 달리 경찰들은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솔직한 답변을 해주었다. "상부에서 지시가 내려와 있습니다. 절대 개입하지 말라구요." 동희오토 해고자들은 서산 시장에게 동희오토 비정규직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 천막을 쳤다. 동희오토는 100% 비정규직으로 채워진 공장이지만, 법적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한다. 그래서 해고자들은 동희오토 문제에 대해 시청이 입장을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시장님 얼굴이라도 한 번 보자고 요구한 지 이미 1년이 넘었다. 허나 한나라당 소속인 유상곤 서산시장은 "동희오토가 문제 많다"는 한마디조차 할 수 없었고, 내년 시장선거에 재출마하기 위해서는 눈에 가시 같은 해고자들의 천막을 걷어내야만 했던 것이다. 자신이 직접 나서기엔 여론의 뭇매가 두려웠던 것일까? 그래서 그는 보조금 찔러주며 극진하게 모셔온 보수단체 어르신들에게 SOS를 보냈는지도 모른다. 물론 여기에는 또 하나의 노림수도 있었다. 강제철거 이틀 전 협박 차 천막에 들른 할아버지는 "왜 굳이 어르신들이 나서시느냐"는 한 해고자의 질문에 과감하게 속내를 드러내셨다. "우리 같은 노인들이 나서야 너희들이 몸으로 막지 못할 거 아니냐?"고. 그렇게 치밀한 계산 하에 서산시의 보수와 관료, 공권력은 대동단결을 이루어냈던 것이다.
60091112102504(0).JPG                                                                                                                                                              ▲강제철거 이틀 전 협박 차 천막에 들른 할아버지는 "왜 굳이 어르신들이 나서시느냐"는 한 해고자의 질문에 과감하게 속내를 드러내셨다. "우리 같은 노인들이 나서야 너희들이 몸으로 막지 못할 거 아니냐?"고. ⓒ프레시안                                                                                                                                                                                                                                                                                                                                                        유상곤 시장을 만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동희오토 해고자들은 천막이 철거된 후 잔해를 보존하고 시민들에게 상황을 알리는 선전물들을 게시했다. 그리고 천막이 철거되는 시간에도 서산시는 노동자는 하나 없는 노사정 등반대회를 하고 있었다. 직접 서산시장실에 찾아가 "서산에서 최고로 비열한 분입니다"라고 한마디 해주지 않고서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10일 아침, 해고자들은 시장실로 향했다. 하지만 해고자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면담하러온 시민에게 건네주는 차 한 잔이 아니었다. 시청직원 40여 명은 시장실 앞을 막아서고 이종격투기에서나 볼 수 있는 각종 그라운드 기술로 7명에 불과한 해고자들과 지역노동자들을 제압해 끌어냈고, 반지 낀 주먹으로 얼굴에 펀치를 날리기까지 했다. 결국 해고자들은 바닥에 깔린 카펫처럼 널부러진 채 시청 로비 밖으로 끌려나왔고, 또 카펫처럼 밟혔다. 평범한 공무원들이 한 짓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폭행이었다. 이 과정에서 한명의 해고자와 취재하던 칼라TV 기자가 구급차에 실려 갔다. 그대로 물러설 수 없었던 해고자들은 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로비 앞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차가운 길바닥 한 평 허락 못하느냐" 했더니 유치장 한 평 내어주더라 시청은 본관 문을 걸어 잠궜고 노동자들은 추운날씨에 대비해 자리를 깔고 옷가지 등을 준비했다. 그렇게 대치상황이 길어지는 동안에도 서산시청 직원들은 수시로 나와 대자보를 찢고 폭언을 해댔다. 그렇게 3시간이 흐르고 결국 경찰은 남아있던 노동자들을 퇴거불응, 업무방해라며 연행해 갔다. 시장실에 찾아간 것이 업무방해이고 닫힌 문 앞에서 연좌한 것이 퇴거불응이란다.
60091112102504(1).JPG                                                                                                                                                                                                                   ▲경찰은 남아있던 노동자들을 퇴거불응, 업무방해라며 연행해 갔다. 시장실에 찾아간 것이 업무방해이고 닫힌 문 앞에서 연좌한 것이 퇴거불응이란다. ⓒ프레시안                                                                                                                                                                                                                                                                                                                                                                                                                      면담을 하려면 절차를 지키라는 시청 관계자의 말. 그놈의 절차를 지키려고 1년을 기다린 해고자들이었다. 그런 해고자들이 지금 이 시간 1년의 기다림이 충분히 않았다는 이유로 유치장에 갇혀있는 것이다. 매서운 추위가 엄습해오는 천막이었지만 동지들의 온기라도 있어 견딜만 했건만, 연행당한 이들은 사람 냄새 나지 않는 유치장에서 얼마나 추운 마음으로 밤을 보내고 있을까? 공장에서는 노동자로 취급받지 못하고 쫓겨났고, 천막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취급받지 못하고 쫓겨났고, 시청에서는 시민으로 취급받지 못하고 쫓겨났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쫓겨나지 않는 곳이라고는 유치장뿐인 세상. 일회용품으로 취급받고, 간첩으로 매도당하고, 카펫처럼 밟히는 세상. 서산 시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평생을 서산의 자연을 아끼며 살아오셨고 지금도 동물병원을 하고 계신 어르신이 한숨을 지으며 혼잣말을 내뱉는다. "정말 서산에서 살기 싫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최진일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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