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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 칼럼]콜트콜텍"기타의 절규"(경향신문)
작성자 콜트빨간모자
댓글 0건 조회 2,990회 작성일 2009-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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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 칼럼]콜트 콜텍 ‘기타의 절규’
 이세기 시인

악기 소리에 노동자의 절규(絶叫)가 터져 나오고 있다. “우리에게 기타를 만들게 해 달라.” 인천 부평에 있는 콜트악기 해고 노동자의 외침이다. 콜트악기는 세계 3대 메이커인 콜트 기타를 생산하는 업체로서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세계적인 악기업체의 위치를 굳혔다. 그런데 해마다 흑자를 냈는데도 2007년 3월, 경영 악화를 이유로 노동자 56명을 해고했다. 원인은 따로 있었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와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면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게 이유였다.

올해 인천인권영화제 개막작으로 1000일째 파업 중인 콜트 콜텍 ‘기타(其他 Guitar)이야기’가 상연됐다. 기타 울림통처럼 영상을 보는 내내 관객의 마음을 울렸다. 기계가 멈춘 공장은 모든 소리가 정지된 채 숨죽였다. 기타 한 대 값도 안 되는 월급과 화장실조차 마음 놓고 오갈 수 없는 열악한 노동조건, 비인간적인 인권침해의 현장이 노동자들의 생생한 육성을 통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부당 해고에 맞서 분신까지 불사한 고초는 형언하기 어려운 낮은 목소리로 공명처럼 울렸다.

부당해고 맞서 ‘1000일 대장정’

콜트 콜텍 노동자의 요구는 의외로 간단하다.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지문을/ 반지름한 기타 몸체처럼/ 잔금 하나 없이 맨지름하게 만들었다/ 창문 하나 없던 공장/ 그들은 자신의 폐를 기타 통 속처럼/ 숭숭 구멍 뚫어 작은 호흡에도 울리게 했다.”(송경동 시, ‘꿈의 공장을 찾아서’ 중에서) 기타가 오로지 밥줄이었던 노동자들이 혼신을 다해 일했으리라는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다. 그러나 일한 대가로 돌아온 것은 부당해고와 위장폐업이었다. 이에 콜트악기 노동자들은 물경 1000일째 부당 정리해고에 맞서 노숙투쟁을 하고 있다.

세계 기타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콜트 콜텍 노동자들의 부당 해고는 기업의 반윤리성과 부도덕성을 말해준다. 사회적 책임도 있다. 한 사회의 부의 축적이 노동자의 노동력에 있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고전 명제다. 기업을 키운 것은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열악한 작업환경과 고된 노동, 비인간적인 처우에도 기타를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생산현장을 지켜온 노동자들이다. 그들의 피와 땀에 대해 기업주는 해고와 직장 폐쇄라는 극약으로 대처했다. 처음부터 노동자는 대화 상대자가 아니었다.

콜트 콜텍 노동자의 결기 어린 투쟁은 가히 ‘대장정(大長征)’이라 불릴 만하다. 악기박람회가 열리는 독일, 일본까지 해외원정을 가서 사업주의 위장폐업과 부당해고를 알리고 정상화를 요구하는 데 천리행군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조가 해고무효 확인소송에 연이어 승소했는데도 사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노동자의 단결권인 노동조합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고약한 노사문화와 기업윤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언제까지 노동자의 인권이 짓밟혀야 하는가.

사측은 ‘야만의 침묵’ 멈춰야

지금 우리의 현실은 조롱 속에 갇힌 새다. 외침에 야성이 없다. 촛불, 용산참사, 쌍용 등,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깨어있는 민중의 귀환이 끊임없이 모욕을 당하고 짓밟히는 현실은 치도곤하지 않는가. 상황이 이럴진대 침묵과 냉소 속에 우리는 부끄럽게 살고 있다. 콜트 콜텍 노동자의 염원처럼 멈춰진 공장이 다시 돌아가고 기타는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 모든 문제를 오직 노동자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파렴치하고 추악한 일이다.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노조를 파괴하고 천막 농성장을 폭력 철거하는 기업주는 마땅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콜트 콜텍 노동자들이 기타를 만드는 자리로 되돌아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폐쇄한 공장을 다시 정상화하고, 해고 노동자들은 전원 복직돼야 한다. 그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자, 그동안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현장에서 땀흘려온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힘내라, 콜트 콜텍 노동자여! 콜트 콜텍 노동자의 대장정에 승리를!

<이세기 시인>
ⓒ 경향신문 & 경향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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