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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
용산 외면한 노동운동 참회해야
1월 9일 용산철거민 장례식 장례위원 5천명 모집 … 아래로 흐르는 하방연대 회복
1년 전 1월 19일 살려달라며 절규하던 철거민 5명이 이명박 정권의 살인진압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명박은 삼성과 포스코 등 건설재벌들의 돈벌이를 위해 경찰특공대를 투입했고, 30년 전 광주학살 이후 가장 많은 사람이 정권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이명박 학살정권과 재벌신문들은 살기 위해 망루에 올랐던 70대 노인을 도심의 테러리스트로 둔갑시켰고, 용산학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폭력으로 짓밟았다. 이명박은 대규모 집회와 가두시위는 물론, 용산참사 해결을 촉구하는 삼보일배와 1인시위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명박에게 ‘용산’은 금기어였다.
치열한 전투 외면한 노동운동
사회운동진영도 용산학살에 대해 온 몸을 던져 저항하지 않았다. 많은 단체들이 범국민대책위에 이름을 올려놓았지만, 이름뿐이었다. 그들은 요구가 과도하다거나 현실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투쟁에 적극 나서는 것을 외면했다. 당사자인 철거민들과 ‘노동전선’을 비롯한 좌파진영이 온 몸을 던져 헌신적으로 싸웠다.
전국철거민연합 남경남 의장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요구는 너무나 정당했지만, 다른 한편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패배주의에도 맞서야 했다”며 “‘용산참사’란 단어만 들어가도 ‘묻지마 탄압’으로 일관하는 공권력에 맞서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야 했다”고 말했다.
노동운동의 연대는 더욱 보잘 것 없었다. 수많은 상근자를 갖고 있는 민주노총은 단 한 명의 상근자도 범국민대책위에 온전하게 파견하지 않았고, 용산철거민 집단학살을 해결하기 위한 전국노동자대회도 비정규노동자대회와 붙여 단 한 차례만 마지못해 개최했을 뿐이었다. 민주노총은 용산참사 현장인 남일당에서 매일 열렸던 촛불집회도 주최하기는커녕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현대, 기아, GM대우 등 대공장은 철거민들을 추모하는 분향소도 설치하지 않았고, 철거민들을 위한 모금도 하지 않았다. 코흘리개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10억이 훨씬 넘는 돈이 모였지만 대공장노조는 함께하지 않았다. 금속노조 비정규직노조들만 200만원이 넘는 돈을 모았을 뿐이었다.
1월 9일 장례식에 참회의 마음으로
노동운동이 외면한 연대의 빈자리에는 종교계와 문화계가 있었다. 단식투쟁으로 목숨을 잃을 뻔했던 문정현 신부님을 비롯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매일 추모미사를 열어 철거민들의 고통을 어루만졌다. 미술, 음악, 문학 등 종교계는 연일 용산철거민과 연대해 용산을 성지로 만들었다.
12월 30일 정부 사과, 재발방지 등의 내용으로 용산참사가 타결됐다. 열사들의 요구를 온전하게 관철시키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싸웠다. 남경남 의장은 “무엇보다 수많은 국민들이 분향소를 찾아주시고 성원해주신 덕분에 길고 험한 투쟁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오는 1월 9일 355일만에 장례식이 열린다. 범국민대책위는 용산참사 희생자 장례식을 5천명의 장례위원이 참여하는 범국민 행사로 진행하기로 하고, 7일까지 인터넷으로 장례위원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도심에서 노제를 열고, 남일당 건물에서 영결식을 진행하며, 마석 모란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용산참사 현장을 단 한 번도 방문하지 않고, 철거민들을 위해 단 한 푼도 내지 않으면서 노동운동을 말할 수 없다. 진정한 연대는 아래로 흐르는 하방연대다. 고개조차 들 수 없는 부끄러운 노동운동진영은 열사가 가시는 마지막 길에 함께 해야 한다. 연대하지 못한 참회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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