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보위와 정치적 계산을 넘어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에서부터 출발하기를
작성자 성폭력대책위
본문
조직보위와 정치적 계산을 넘어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에서부터 출발하기를
- 기호 2번 한상균·최종진·이영주 선본과 노동자연대에 고한다
1.
지난 11월 29일 대책위는 기호 2번 한상균·최종진·이영주 선본(이하 선본)의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를 만났다.
대책위는 선본이 면담까지 요청한 이상 무언가 달라진 것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면담에 응했다. 그러나 선본 대표로 면담 자리에 나온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가 보인 태도에 우리는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이영주 후보는 사건 자체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물론 이는 후보 개인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바쁜 후보에게 결정을 미룬 선본 자체의 문제일 것이다. 이영주 후보는 이 사건을 원칙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고 하면서...도 그 해결을 위한 출발점은 삼자대면이라고 말하며 기존 선본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영주 후보는 원 사건은 성폭력이 분명하며 노동자연대의 성폭력 개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지만, 이것이 왜 다함께 사건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이야말로 바로 다함께의 입장이며 사건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사건이 노동자연대 성폭력 사건인 이유는 피해자가 사건을 공론화했을 때부터 운영위원과 학생팀 간부 등 지도부를 포함한 수십 명의 노동자연대 회원들이 집단으로 피해자에 대한 인신공격과 사건과 무관한 사생활 유포, 협박, 욕설 등 온갖 2차 가해를 저질렀고 노동자연대에선 이에 대한 제재나 징계, 사과 등의 조치가 일절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그뿐만 아니라, 노동자연대는 단체 회원의 성폭력 사실을 인정한 지금에 와서까지 사건 해결(성폭력 재발방지 조치 및 피해자에 대한 사과)을 위한 노력은커녕 자신들에 대한 명예훼손을 중단하라고 피해자와 대책위, 심지어 피해자의 전 대리인에 대한 공격을 계속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책위는 이미 선본에 이에 대한 증거를 넘겼으며, 면담자리에서도 판결문을 비롯하여 이영주 후보에게 새로운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면담 이후에도 이영주 후보는 “2차 가해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양측의 자료가 달라 현재로써는 판단이 어렵다”며 전과 다를 바 없는 태도를 보였다.
2.
노동자연대는 사건 발생부터 지금까지 초지일관 자기 조직인 이 문제와 아무 상관이 없으며 개인들의 문제일 뿐이고, 여기에 대해 자신들의 책임을 묻는 것은 명예훼손이라고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노동자연대 운영위원회 명의로 11월 20일 온라인에 도배된 「성폭력 대책위는 노동자연대 비방을 중단해야 한다」라는 문서는 이렇게 말한다.
“노연 운위는 처음에 소송을 반대했지만(정아무 대리인의 2013년 2월 22일 노동당 당원 게시판 글을 보라), 일단 소송이 제기된 이상 노연 운위는 송사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면 그것을 기초로 단체의 공식 기구인 ‘규율과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쟁위)가 평결을 할 것을 기대했다.”
“이런 일이 좌절된 뒤, 정아무가 형사소송을 취하한 것을 의심스럽게 여긴 노동자연대 분쟁위는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정아무를 성희롱 방조로 징계 처분했다.(그는 징계 받고 단체를 탈퇴했다.)”
이것이 과연 사실인지 대책위가 입수하여 이영주 후보에게 직접 제출한 노동자연대의 내부 문건을 보자. 이 자료는 2014년 3월 1~2일에 열렸다는 노동자연대 대의원 협의회 자료집에 실린 공식 문서들이다. 이 당시에는 가해자 B도 여전히 노동자연대 회원이었고 재판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두 가지 문서 중 하나는 운영위원인 최@@ 씨가 쓴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현재에도 2차 가해를 자행하고 있는 노동자연대 회원 최** 씨가 쓴 것이다. 이 문서에 따르면 운영위원인 최@@ 씨는 새롭게 학생팀 담당자가 되면서 이 사건도 대응하게 되었다고 되어 있다.
가해자 측은 피해자를 두 번 고소했다. 첫 번째는 2012년 12월의 형사소송이었다. 이 소송은 피해자에 대한 경찰의 거짓말탐지기 조사 끝에 피해자의 말이 진실로 판명되자 가해자 측이 스스로 취하했다. 그리고 2013년 2월 12일 가해자 측은 다시 피해자에게 2500만원의 민사소송을 걸었다. 노동자연대의 처음에 소송에 반대했다는 주장과 달리 최@@ 씨는 스스로 가해자 B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당당히 고백한다.
“B가 진정 억울함을 풀고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면 본인이 적극 명예훼손 소송에 임하고 일부 단체나 운동 내 개인의 성폭력 혐의 씌우기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하면서 진실 규명 작업을 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한 성추문 사건에 대한 *** 동지의 글을 읽고」, <2014 노동자연대다함께 대의원 협의회 자료집>)”
이어 최@@씨는 가해자 B의 형사소송 취하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내가 B에게 행위 주체로서 분명히 의식하며 행동하라고 논쟁한 또 다른 이유는 B가 여러 차례 스스로 소송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비쳤기 때문이다. 나는 B가 정말 본인이 진실하다고 주장한다면 자신을 변호할 마지막 수단인 소송을 포기하는 것은 본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송 포기는 곧 자신이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다는 뜻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B는 나중에 결국 형사소송을 스스로 포기했다. 물론 민사소송이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나는 이유가 무엇이었건 스스로 소송을 포기하는 행위는 앞으로 B에게 흠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B의 형사 소송포기는 우리 단체가 B에 대해 한층 더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최@@, 같은 글)”
최** 씨가 처음으로 소송이 논의되는 상황에 대해 쓴 대목을 보면 더욱 정황이 잘 드러난다.
“사건 직후 @@@는 B, 이**(이 자리에는 나도 있었다.)와 만난 자리에서 B에게 법적대응을 권하며 변호사 선임을 하라고 권하였고, 이**와 B가 변호사 수임에 따른 비용부담을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해 묻자 ‘모금을 하던지 해야죠’라며 마치 단체에서 일정부분이라도 어떤 형식으로든 지원해 줄 것처럼 대답했다. 이 말을 믿고 이**는 B가 학생임을 감안하여 수임료 500만 원을 개인 대출까지 해가며 감당했으나 이후 단체는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다. 전술했다시피 이 자리에는 나도 있었으므로, 이후 몇 차례 @@@ 동지에게 모금계획이 있는지 등을 물어봤으나 나중에 확인해주겠다는 답만 들었을 뿐이다. (최**, 「“페미니즘에 대한 엘리트주의를 경계한다-성폭력추문을 돌아보며”에 더하여」, <2014 노동자연대다함께 대의원 협의회 자료집>”
@@@ 씨는 사건 당시 다함께 학생조직 담당자였으며 최@@ 씨 이전에 이 사건을 담당했던 사람이다. 이** 씨는 최근까지 가해자 B의 대리인을 자칭하며 피해자와 대책위에 가장 악질적인 2차 가해를 퍼붓던 페북명 “Duckling Hyeon”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사람이다. 이 글에서 최** 씨는 이** 씨와 굉장히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시사한다. 최** 씨의 말이 따르면 이** 씨는 다함께 학생조직 담당자인 @@@ 씨가 다함께가 소송비까지 대줄 것처럼 이야기를 하며 소송을 권했기에 B에게 개인대출로 소송비를 대주었다는 것이다.
공식 입장과 달리 노동자연대는 이렇게 소송 배후에 깊이 개입되어 있었다. 노동자연대가 동원하고 있는 각종 논리들은 조직원들이 저지른 성폭력을 은폐하고 방어하는 조직들이 전형적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이 문서들은 (유사한 짓을 저지른 다른 모든 조직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주장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준다.
“물론 이**는 당시 비회원(후원회원)이었고, 최@@ 동지 입장에서 회원도 아닌 사람을 지도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 동지의 글에도 있듯이 본 사건에 있어서 다함께와 공조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봤고, 따라서 그 자신 회원이 아님에도 사건의 추이 등을 꼬박꼬박 보고하며 우리 단체의 지시에 따르고 동시에 협조를 얻고자 했다. 비록 @@@ 동지가 다소 무책임하게 처리한 부분은 있지만, 적어도 이**의 노력에 대해서 인정하고 존중하며 협력적으로 진행하려고 노력한 측면은 있었다. 그러던 것이 최@@ 동지로 바뀐 뒤에는 이러한 협력적인 태도와 토론 대신에 일방적인 지시만 있었고, 이 때문에 이**는 다함께가 부당하게 자신을 배제하려 한다고 느꼈던 것이다. (최**, 같은 글)”
가해자 B와 그 대리인이 다함께의 지시를 따르고 있었으며, 그들의 2차 가해행위들이 다함께와 밀접한 공조 속에 이뤄졌다는 사실은 최@@ 씨의 글에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의 글에서 이미 나와 있듯이, 민사재판 변호사 선임, 그 비용마련, 증거 수집, 증언 확보, 정당성 주장, A 지지모임의 온·오프라인 상의 음해에 대한 대처, 심지어 우리 단체에 하는 보고조차 B가 직접 하는 게 거의 없었다. 위의 행위는 압도적으로 대리인인 이** 씨를 통해 이뤄졌다. (최@@, 「한 성추문 사건에 대한 이서* 동지의 글을 읽고」, 2014 노동자연대다함께 대의원 협의회 자료집)”
노동자연대는 가해자 B를 자체 징계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체 징계가 사실이라면 피해자에게 공지하고 사과하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그러나 이에 대해 피해자와 대책위에 아무런 통고가 없었으며 노동자연대 회원은 이후에도 재판과정에 가해자 측 증인으로 협조했다. 올해 2월에 작성되었다는 최@@ 씨의 글을 보아도 가해자 B에 대해 공식조사는 이뤄진 바 없고 최@@ 씨가 가해자를 불러다 몇 가지 물어봤을 뿐이다. 여기 징계에 관련된 이야기는 전혀 없다. 비슷한 시기에 노동자연대를 탈퇴한 변혁재장전 블로그 운영자들의 말에 따르면 B는 스스로 탈퇴했으며 B가 탈퇴하자 그제야 노동자연대는 B에 대한 사후 징계를 내렸다고 한다.
우리는 다함께에 단지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며 진지한 사과를 하라는 것, 성폭력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마련하라는 것을 요구해왔다. 피해자 개인이 주변의 다함께 회원들에게 요청해보아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론화를 한 것이었으며, 백번 양보하여 다함께 지도부가 주장하는 대로 공론화 전까지 공식라인으로 올라오지 않아 몰랐더라도 사건이 공론화된 시점부터 사건을 진지하게 접수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다함께가 한 짓은 조직보위를 위한 집단적 2차 가해였고, 이에 대해 대책위가 꾸려지고 대화를 수차례 촉구했음에도 다함께는 그동안 계속 무시로 일관하다가 선거가 닥치니 다시 피해자와 대책위에 대한 공격과 사실 왜곡을 하기 시작했다.
3.
우리는 기호 2번 선본에 진상조사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밝혀진 사실을 바탕으로 이 사건에 대한 입장표명과 가해 단체에 대한 연대활동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제 와서 진상조사를 처음부터 다시 하기에는 선본은 한시적인 기구이고, 상황 자체의 맥락에 대해서 증거자료는 차고 넘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최소한의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도 없이 대책위와 노동자연대의 얘기가 너무 다르니 삼자대면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선본의 이런 태도에 한껏 고무받은 노동자연대는 이제 개인들에 대한 공격까지 서슴없이 나서고 있다. 노동자연대의 이러한 반여성적 입장들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은 바로 선본과 선본 내부의 일부 단체들의 방관자적인 태도이다.
예컨대 최@@ 씨는 위의 글에서 자랑스럽게 이렇게 말한다.
“온라인상의 무책임한 논의가 다 진실이라고 믿는 일부 무분별한 개인들을 제외하면, 지금 운동 진영 내 책임 있는 누구도 이 사건을 들먹이며 공식적으로 우리를 매도하지 않는다. 우리는 진주의료원 투쟁, 전교조 투쟁, 철도 파업, 올해 3·8 여성의 날 기획단 등 조직 노동계급의 운동 속에서 별 장애 없이 활동하고 있다. (최@@, 같은 글)”
사건 초기 운동진영 전반이 보인 방관자적인 태도들이 다함께-노동자연대 사건을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다. 우리가 위에 인용한 문서들은 성폭력 사건의 은폐와 2차 가해의 배후에 노동자연대가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물이다.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이 사건 관련해서 페이스북에서 한 동지는 항상 “사건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이라고 말을 시작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간 있었던 진실을 알리고 또 이에 대한 피해자가 원하는 적절한 대처가 여러 사람들의 입을 통해 요구되기만을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정보들에 대해 하등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고서 난 모르는 상태로밖에 있을 수 없다 라고 하는 건 명백히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건 자체에 관심 가져주시길 바라며 사과 부탁드립니다.”
피해자와 대책위 성원들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4.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우리는 중재가 아닌, 그리고 이미 모든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대책위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공감에 기초한 판단과 입장을 원한다.
노동자연대가 이미 공개적으로 낸 입장만 봐도, 그리고 최@@ 씨가 쓴 글을 볼 때 더욱 확실하게 노동자연대는 “성폭력예방 교육을 넘어서 여성주의에 기초한 전 조합원 교육”이라는 공약에 반대하는 것이 명확하다. 노동자연대의 “여성운동 개입 담당자”라는 최@@은 이렇게 말한다.
“물론, 반성폭력 문제를 가지고 필요한 때 내부 교육을 추가로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조차 그 내용은 민주노동당 시절 모든 당원이 의무적으로 받던 반성폭력 교육과는 달라야 할 것이다. 피해자 중심주의나 성폭력 개념의 무한 확장 등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개념들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식의 반성폭력 의무 교육이 오히려 성폭력에 대한 토론을 가로막는 역효과를 낸다는 점 대문에 이런 교육을 해왔던 일부 단체도 더는 하지 않는 실정이다. (최미*, 「한 성추문 사건에 대한 *** 동지의 글을 읽고」, <2014 노동자연대다함께 대의원 협의회 자료집>)”
그런데 어떻게 같은 선본에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사건 자체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 선본은 이 부분에 대한 입장, 과연 노동자연대와 마찬가지로 2차 가해, 피해자중심주의 같은 개념도 거부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입장이라도 빠른 시일 내에 명확히 밝혀주기를 바란다. 이미 선거가 시작되었지만 가해단체가 포함된 삼자대면이 아니라 피해자의 권리가 확보되는 별도의 기구를 구성하여 이후라도 사건처리에 대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또한 이 선본에 참여 하고 있는 노동, 정치 단체들은 선본과 별개로 이 사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자신의 명의로 발표할 것을 요청한다.
그럴 생각이 없다면, 현재 성폭력 사건들에 대해 벌어지고 있는 잘못된 대응들이 어쩔 수 없는 노동운동의 한계라고 생각하고 계속 그렇게 용인하겠다고 한다면 적어도 지금 선본에서 내 걸고 있는 영혼 없는 여성 공약을 철회하길 바란다.
노동자연대(구 다함께).대학문화성폭력사건대책위원회
- 기호 2번 한상균·최종진·이영주 선본과 노동자연대에 고한다
1.
지난 11월 29일 대책위는 기호 2번 한상균·최종진·이영주 선본(이하 선본)의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를 만났다.
대책위는 선본이 면담까지 요청한 이상 무언가 달라진 것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면담에 응했다. 그러나 선본 대표로 면담 자리에 나온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가 보인 태도에 우리는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이영주 후보는 사건 자체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물론 이는 후보 개인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바쁜 후보에게 결정을 미룬 선본 자체의 문제일 것이다. 이영주 후보는 이 사건을 원칙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고 하면서...도 그 해결을 위한 출발점은 삼자대면이라고 말하며 기존 선본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영주 후보는 원 사건은 성폭력이 분명하며 노동자연대의 성폭력 개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지만, 이것이 왜 다함께 사건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이야말로 바로 다함께의 입장이며 사건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사건이 노동자연대 성폭력 사건인 이유는 피해자가 사건을 공론화했을 때부터 운영위원과 학생팀 간부 등 지도부를 포함한 수십 명의 노동자연대 회원들이 집단으로 피해자에 대한 인신공격과 사건과 무관한 사생활 유포, 협박, 욕설 등 온갖 2차 가해를 저질렀고 노동자연대에선 이에 대한 제재나 징계, 사과 등의 조치가 일절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그뿐만 아니라, 노동자연대는 단체 회원의 성폭력 사실을 인정한 지금에 와서까지 사건 해결(성폭력 재발방지 조치 및 피해자에 대한 사과)을 위한 노력은커녕 자신들에 대한 명예훼손을 중단하라고 피해자와 대책위, 심지어 피해자의 전 대리인에 대한 공격을 계속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책위는 이미 선본에 이에 대한 증거를 넘겼으며, 면담자리에서도 판결문을 비롯하여 이영주 후보에게 새로운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면담 이후에도 이영주 후보는 “2차 가해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양측의 자료가 달라 현재로써는 판단이 어렵다”며 전과 다를 바 없는 태도를 보였다.
2.
노동자연대는 사건 발생부터 지금까지 초지일관 자기 조직인 이 문제와 아무 상관이 없으며 개인들의 문제일 뿐이고, 여기에 대해 자신들의 책임을 묻는 것은 명예훼손이라고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노동자연대 운영위원회 명의로 11월 20일 온라인에 도배된 「성폭력 대책위는 노동자연대 비방을 중단해야 한다」라는 문서는 이렇게 말한다.
“노연 운위는 처음에 소송을 반대했지만(정아무 대리인의 2013년 2월 22일 노동당 당원 게시판 글을 보라), 일단 소송이 제기된 이상 노연 운위는 송사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면 그것을 기초로 단체의 공식 기구인 ‘규율과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쟁위)가 평결을 할 것을 기대했다.”
“이런 일이 좌절된 뒤, 정아무가 형사소송을 취하한 것을 의심스럽게 여긴 노동자연대 분쟁위는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정아무를 성희롱 방조로 징계 처분했다.(그는 징계 받고 단체를 탈퇴했다.)”
이것이 과연 사실인지 대책위가 입수하여 이영주 후보에게 직접 제출한 노동자연대의 내부 문건을 보자. 이 자료는 2014년 3월 1~2일에 열렸다는 노동자연대 대의원 협의회 자료집에 실린 공식 문서들이다. 이 당시에는 가해자 B도 여전히 노동자연대 회원이었고 재판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두 가지 문서 중 하나는 운영위원인 최@@ 씨가 쓴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현재에도 2차 가해를 자행하고 있는 노동자연대 회원 최** 씨가 쓴 것이다. 이 문서에 따르면 운영위원인 최@@ 씨는 새롭게 학생팀 담당자가 되면서 이 사건도 대응하게 되었다고 되어 있다.
가해자 측은 피해자를 두 번 고소했다. 첫 번째는 2012년 12월의 형사소송이었다. 이 소송은 피해자에 대한 경찰의 거짓말탐지기 조사 끝에 피해자의 말이 진실로 판명되자 가해자 측이 스스로 취하했다. 그리고 2013년 2월 12일 가해자 측은 다시 피해자에게 2500만원의 민사소송을 걸었다. 노동자연대의 처음에 소송에 반대했다는 주장과 달리 최@@ 씨는 스스로 가해자 B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당당히 고백한다.
“B가 진정 억울함을 풀고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면 본인이 적극 명예훼손 소송에 임하고 일부 단체나 운동 내 개인의 성폭력 혐의 씌우기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하면서 진실 규명 작업을 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한 성추문 사건에 대한 *** 동지의 글을 읽고」, <2014 노동자연대다함께 대의원 협의회 자료집>)”
이어 최@@씨는 가해자 B의 형사소송 취하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내가 B에게 행위 주체로서 분명히 의식하며 행동하라고 논쟁한 또 다른 이유는 B가 여러 차례 스스로 소송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비쳤기 때문이다. 나는 B가 정말 본인이 진실하다고 주장한다면 자신을 변호할 마지막 수단인 소송을 포기하는 것은 본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송 포기는 곧 자신이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다는 뜻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B는 나중에 결국 형사소송을 스스로 포기했다. 물론 민사소송이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나는 이유가 무엇이었건 스스로 소송을 포기하는 행위는 앞으로 B에게 흠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B의 형사 소송포기는 우리 단체가 B에 대해 한층 더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최@@, 같은 글)”
최** 씨가 처음으로 소송이 논의되는 상황에 대해 쓴 대목을 보면 더욱 정황이 잘 드러난다.
“사건 직후 @@@는 B, 이**(이 자리에는 나도 있었다.)와 만난 자리에서 B에게 법적대응을 권하며 변호사 선임을 하라고 권하였고, 이**와 B가 변호사 수임에 따른 비용부담을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해 묻자 ‘모금을 하던지 해야죠’라며 마치 단체에서 일정부분이라도 어떤 형식으로든 지원해 줄 것처럼 대답했다. 이 말을 믿고 이**는 B가 학생임을 감안하여 수임료 500만 원을 개인 대출까지 해가며 감당했으나 이후 단체는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다. 전술했다시피 이 자리에는 나도 있었으므로, 이후 몇 차례 @@@ 동지에게 모금계획이 있는지 등을 물어봤으나 나중에 확인해주겠다는 답만 들었을 뿐이다. (최**, 「“페미니즘에 대한 엘리트주의를 경계한다-성폭력추문을 돌아보며”에 더하여」, <2014 노동자연대다함께 대의원 협의회 자료집>”
@@@ 씨는 사건 당시 다함께 학생조직 담당자였으며 최@@ 씨 이전에 이 사건을 담당했던 사람이다. 이** 씨는 최근까지 가해자 B의 대리인을 자칭하며 피해자와 대책위에 가장 악질적인 2차 가해를 퍼붓던 페북명 “Duckling Hyeon”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사람이다. 이 글에서 최** 씨는 이** 씨와 굉장히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시사한다. 최** 씨의 말이 따르면 이** 씨는 다함께 학생조직 담당자인 @@@ 씨가 다함께가 소송비까지 대줄 것처럼 이야기를 하며 소송을 권했기에 B에게 개인대출로 소송비를 대주었다는 것이다.
공식 입장과 달리 노동자연대는 이렇게 소송 배후에 깊이 개입되어 있었다. 노동자연대가 동원하고 있는 각종 논리들은 조직원들이 저지른 성폭력을 은폐하고 방어하는 조직들이 전형적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이 문서들은 (유사한 짓을 저지른 다른 모든 조직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주장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준다.
“물론 이**는 당시 비회원(후원회원)이었고, 최@@ 동지 입장에서 회원도 아닌 사람을 지도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 동지의 글에도 있듯이 본 사건에 있어서 다함께와 공조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봤고, 따라서 그 자신 회원이 아님에도 사건의 추이 등을 꼬박꼬박 보고하며 우리 단체의 지시에 따르고 동시에 협조를 얻고자 했다. 비록 @@@ 동지가 다소 무책임하게 처리한 부분은 있지만, 적어도 이**의 노력에 대해서 인정하고 존중하며 협력적으로 진행하려고 노력한 측면은 있었다. 그러던 것이 최@@ 동지로 바뀐 뒤에는 이러한 협력적인 태도와 토론 대신에 일방적인 지시만 있었고, 이 때문에 이**는 다함께가 부당하게 자신을 배제하려 한다고 느꼈던 것이다. (최**, 같은 글)”
가해자 B와 그 대리인이 다함께의 지시를 따르고 있었으며, 그들의 2차 가해행위들이 다함께와 밀접한 공조 속에 이뤄졌다는 사실은 최@@ 씨의 글에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의 글에서 이미 나와 있듯이, 민사재판 변호사 선임, 그 비용마련, 증거 수집, 증언 확보, 정당성 주장, A 지지모임의 온·오프라인 상의 음해에 대한 대처, 심지어 우리 단체에 하는 보고조차 B가 직접 하는 게 거의 없었다. 위의 행위는 압도적으로 대리인인 이** 씨를 통해 이뤄졌다. (최@@, 「한 성추문 사건에 대한 이서* 동지의 글을 읽고」, 2014 노동자연대다함께 대의원 협의회 자료집)”
노동자연대는 가해자 B를 자체 징계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체 징계가 사실이라면 피해자에게 공지하고 사과하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그러나 이에 대해 피해자와 대책위에 아무런 통고가 없었으며 노동자연대 회원은 이후에도 재판과정에 가해자 측 증인으로 협조했다. 올해 2월에 작성되었다는 최@@ 씨의 글을 보아도 가해자 B에 대해 공식조사는 이뤄진 바 없고 최@@ 씨가 가해자를 불러다 몇 가지 물어봤을 뿐이다. 여기 징계에 관련된 이야기는 전혀 없다. 비슷한 시기에 노동자연대를 탈퇴한 변혁재장전 블로그 운영자들의 말에 따르면 B는 스스로 탈퇴했으며 B가 탈퇴하자 그제야 노동자연대는 B에 대한 사후 징계를 내렸다고 한다.
우리는 다함께에 단지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며 진지한 사과를 하라는 것, 성폭력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마련하라는 것을 요구해왔다. 피해자 개인이 주변의 다함께 회원들에게 요청해보아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론화를 한 것이었으며, 백번 양보하여 다함께 지도부가 주장하는 대로 공론화 전까지 공식라인으로 올라오지 않아 몰랐더라도 사건이 공론화된 시점부터 사건을 진지하게 접수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다함께가 한 짓은 조직보위를 위한 집단적 2차 가해였고, 이에 대해 대책위가 꾸려지고 대화를 수차례 촉구했음에도 다함께는 그동안 계속 무시로 일관하다가 선거가 닥치니 다시 피해자와 대책위에 대한 공격과 사실 왜곡을 하기 시작했다.
3.
우리는 기호 2번 선본에 진상조사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밝혀진 사실을 바탕으로 이 사건에 대한 입장표명과 가해 단체에 대한 연대활동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제 와서 진상조사를 처음부터 다시 하기에는 선본은 한시적인 기구이고, 상황 자체의 맥락에 대해서 증거자료는 차고 넘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최소한의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도 없이 대책위와 노동자연대의 얘기가 너무 다르니 삼자대면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선본의 이런 태도에 한껏 고무받은 노동자연대는 이제 개인들에 대한 공격까지 서슴없이 나서고 있다. 노동자연대의 이러한 반여성적 입장들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은 바로 선본과 선본 내부의 일부 단체들의 방관자적인 태도이다.
예컨대 최@@ 씨는 위의 글에서 자랑스럽게 이렇게 말한다.
“온라인상의 무책임한 논의가 다 진실이라고 믿는 일부 무분별한 개인들을 제외하면, 지금 운동 진영 내 책임 있는 누구도 이 사건을 들먹이며 공식적으로 우리를 매도하지 않는다. 우리는 진주의료원 투쟁, 전교조 투쟁, 철도 파업, 올해 3·8 여성의 날 기획단 등 조직 노동계급의 운동 속에서 별 장애 없이 활동하고 있다. (최@@, 같은 글)”
사건 초기 운동진영 전반이 보인 방관자적인 태도들이 다함께-노동자연대 사건을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다. 우리가 위에 인용한 문서들은 성폭력 사건의 은폐와 2차 가해의 배후에 노동자연대가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물이다.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이 사건 관련해서 페이스북에서 한 동지는 항상 “사건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이라고 말을 시작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간 있었던 진실을 알리고 또 이에 대한 피해자가 원하는 적절한 대처가 여러 사람들의 입을 통해 요구되기만을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정보들에 대해 하등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고서 난 모르는 상태로밖에 있을 수 없다 라고 하는 건 명백히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건 자체에 관심 가져주시길 바라며 사과 부탁드립니다.”
피해자와 대책위 성원들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4.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우리는 중재가 아닌, 그리고 이미 모든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대책위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공감에 기초한 판단과 입장을 원한다.
노동자연대가 이미 공개적으로 낸 입장만 봐도, 그리고 최@@ 씨가 쓴 글을 볼 때 더욱 확실하게 노동자연대는 “성폭력예방 교육을 넘어서 여성주의에 기초한 전 조합원 교육”이라는 공약에 반대하는 것이 명확하다. 노동자연대의 “여성운동 개입 담당자”라는 최@@은 이렇게 말한다.
“물론, 반성폭력 문제를 가지고 필요한 때 내부 교육을 추가로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조차 그 내용은 민주노동당 시절 모든 당원이 의무적으로 받던 반성폭력 교육과는 달라야 할 것이다. 피해자 중심주의나 성폭력 개념의 무한 확장 등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개념들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식의 반성폭력 의무 교육이 오히려 성폭력에 대한 토론을 가로막는 역효과를 낸다는 점 대문에 이런 교육을 해왔던 일부 단체도 더는 하지 않는 실정이다. (최미*, 「한 성추문 사건에 대한 *** 동지의 글을 읽고」, <2014 노동자연대다함께 대의원 협의회 자료집>)”
그런데 어떻게 같은 선본에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사건 자체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 선본은 이 부분에 대한 입장, 과연 노동자연대와 마찬가지로 2차 가해, 피해자중심주의 같은 개념도 거부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입장이라도 빠른 시일 내에 명확히 밝혀주기를 바란다. 이미 선거가 시작되었지만 가해단체가 포함된 삼자대면이 아니라 피해자의 권리가 확보되는 별도의 기구를 구성하여 이후라도 사건처리에 대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또한 이 선본에 참여 하고 있는 노동, 정치 단체들은 선본과 별개로 이 사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자신의 명의로 발표할 것을 요청한다.
그럴 생각이 없다면, 현재 성폭력 사건들에 대해 벌어지고 있는 잘못된 대응들이 어쩔 수 없는 노동운동의 한계라고 생각하고 계속 그렇게 용인하겠다고 한다면 적어도 지금 선본에서 내 걸고 있는 영혼 없는 여성 공약을 철회하길 바란다.
노동자연대(구 다함께).대학문화성폭력사건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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