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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 10일을 빼앗아간 강도
겹치는 빨간날?식목일?제헌절 등 사라진 공휴일 … 대체공휴일법?단체협약으로
설날 연휴 3일 중 이틀이 ‘빨간 날’과 겹치면서 16일 새벽까지 귀성 행렬이 이어졌다. 화요일 출근해야 할 노동자들은 10시간에 이르는 ‘지옥 운전’을 감행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만 더 쉬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은 ‘파리 목숨’인 직장인들에게 ‘한여름밤의 꿈’일 뿐이다.
모처럼 딸 아들네들이 찾아온 고향집의 정다운 풍경도 잠시. 망가진 대문 문짝 하나 고칠 시간도 없이 후딱 차례 지내고, 어르신들 세배도 후다닥 해치우고 서둘러 차에 오른다. 모처럼 만난 자매형제들, 고향 친구들과 밤새 옛 추억을 떠올리며 술잔을 채우고 싶은 마음도 함께 차에 태운다.
명절 반납하면 회사 살아나나
o건설회사에 다니는 이 대리도 화요일 아침 출근을 했다. 지난 해 추석 명절도 금토일이었지만 회사는 하루 더 쉬게 해주었다. 그런데 올해는 회사가 어렵다며 ‘빨간 날’만 쉬란다. 하루 더 쉰다고 회사 망하는 것도 아닌데…
노동자들이 아예 명절 반납하고 나와서 일하면 어려운 회사가 금방 살아나는 것도 아닐텐데, 하루 더 쉬고 힘내서 일하라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 화요일 아침 일찍 출근한 그는 벤쿠버 올림픽 금메달 소식으로 씁쓸함을 달래야 했다.
그런데 더 우울한 일은 2015년까지 추석과 설날이 토요일 또는 일요일과 겹친다는 사실이다. 명절만이 아니다. 올해는 현충일, 광복절, 개천절에 이어 성탄절까지 모두 토?일요일과 겹친다. 예전에는 공휴일이었던 식목일, 제헌절, 국군의날, 한글날까지 합치면 올해 ‘노동자’들은 자그마치 10일의 공휴일을 빼앗긴 것이다.
공휴일 10일을 빼앗기다
이쯤 되면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나와 “빼앗긴 공휴일을 돌려달라”고 촛불시위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빨간 날’을 빼앗아간 정치인들도 노동자들의 분노가 무섭긴 한 모양이다. 이미 2008년에 겹치는 공휴일 다음날 쉬게 하는 ‘대체공휴일법’이 국회에 상정됐고, 현재까지 7개의 법안이 국회에 올라와있다.
오죽했으면 재벌들의 친구인 한나라당 의원조차 “공휴일을 더 늘리자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공휴일을 되찾아주자는 취지”라고 말했을까?
많지는 않지만 공휴일을 빼앗기지 않고 지키고 있는 노동자들도 있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은 “노동절, 노조 창립기념일, 국경일과 설날휴가 및 추석휴가가 주휴일과 중복시 익일을 유급휴일로 한다”는 단체협약에 따라 17일까지 쉰다. 같이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부품회사들도 마찬가지다.
한글날과 국군의날까지는 쉬지 못하지만 식목일과 제헌절은 단체협약에 명시된 휴일이고, 노동절(5월 1일)과 노조창립기념일 등을 더하면 쉬는 날이 제법 되는 편이다. 현대차만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있어서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한 많은 회사에서 이렇게 공휴일을 빼앗기지 않고 있다.
남들 주4일 일할 때 토요일까지 일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중에서 노동시간이 1위다. 2009년 연평균 근로시간은 2316시간으로 1768시간보다 자그마치 548시간을 더 일한다. 다른 나라 노동자들이 목요일까지(주34시간) 일할 때 한국노동자들은 토요일에도(주44.5시간) 일하는 셈이다.
2월 16일 화요일 아침, 눈물을 머금고 출근한 노동자들이여! “빼앗아간 공휴일을 돌려달라”며 촛불을 들고 모이자. 6월 지방선거에서 제대로 된 ‘대체공휴일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정치세력에게 표를 던지자. 그리고 노조를 만들어 빼앗긴 공휴일을 되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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