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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
조선소 하청노동자 피울음
목매달고?산재로 죽고?정리해고로 죽고 … 정규직-비정규직 같이 싸워야
2월 24일 오후 대우조선에서 50이 넘은 사내하청 노동자가 E복지관 3층 탈의실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결근도 없이 매일 아침 7시 출근해 성실하게 일했던 노동자, 월세 35만원의 가난한 노동자는 점점 늘어가는 빚을 감당하지 못했고, 고등학생 아이들 둘에게 ‘미안하다’는 네 글자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의 유서에는 ‘저승 갈 노잣돈도 없다’고 씌여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올해만 산업재해로 3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죽었다.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에서도 여지없이 비정규직이 죽어나갔다. 산업재해로 죽고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고…
월급 70만 원이 깎인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2월 10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월급날에 취부와 용접 노동자들의 월급이 70만 원 가량 줄었다. 2월엔 휴일이 많아 3월 10일 월급통장에는 최대 100만 원까지 줄어들 예정이라고 한다. 하청업체별로 기본급 10%, 수당 50%, 토요일 근무 무급화를 때렸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에서 해고된 한 하청노동자는 임금삭감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4, 5도크가 폐쇄되고, 수주 물량이 줄어들면서 울산공장에서 일하는 2만 명의 하청노동자들은 앞으로 닥칠 대량해고의 먹구름을 두려워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노동자들의 피울음이 들끓고 있는 전쟁터다.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 3,800명 중 영도, 다대포, 울산공장에서 절반에 이르는 1,800명이 사라졌다.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한 나이 많은 하청노동자와 술을 먹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회사를 욕하는 게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을 욕하는 거예요. 술자리가 ‘씨’자로 시작해서 ‘씨’자로 끝났어요. 심지어 정규직 정리해고에 대해 ‘꼬시다’고 말할 정도예요.”
회사가 잘 나가던 시절 정규직은 성과급 ‘돈잔치’를 할 때 비정규직은 5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떼어먹히기 일쑤였지만 함께 싸워준 노동자들은 별로 없었던 것이다. 정규직에 대한 배신감은 깊었고, 2천여 명이 쫓겨나면서도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할 만큼 패배주의의 강은 넓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깊은 패배주의
그나마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한진중공업에서는 비정규직의 죽음과 해고, 임금삭감이 밖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삼성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STX조선 등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길조차 없다. 대부분의 조선소 사업장에서 정규직 노조 간부들은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한진중공업에서 정규직 정리해고는 중단됐지만 비정규직 대량해고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10~2011년 한국 조선소에 들려오는 하청노동자들의 피울음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1사1조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노조에 받아들여 함께 싸워야 한다. 최소한 하청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해 싸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하청노동자의 죽음과 대량해고를 외면하는 노조는 어용노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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