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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그리스 총파업을 배우자
국가부도에 맞선 복지축소·임금삭감에 반대하는 그리스 총파업
그리스 노동자 2백50만명이 복지축소·임금삭감에 저항하는 총파업을 2월 24일(하루파업), 3월4일(4시간파업)을 벌였다. 로이터통신은 그리스 전체 노동자 500만 명(그리스 인구는 약 1100만 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는 두 가지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그림은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지배자들의 곤란한 처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스는 호황일 때 낮은 이자로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에게 돈을 빌려 썼다가 2008~2009년 경제위기가 오자 빌린 돈을 갚지 못 했고, 심지어 부자들의 경기부양책으로 더 많은 국가 부채를 졌다. 게다가 2004년 이후 자본들을 위해 법인세를 인하하면서 국가 수입은 더 줄어들었다. 2003년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6.1%였으나 2009년에는 12.7%(294억유로)에 달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1년에는 무려 135.4%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지난 두바이 사태가 암시했던 국가부도의 가능성이 그리스에서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 그래서 국가부채가 많은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뿐 아니라 일본, 중국, 심지어 미국도 그리스가 될 수 있다는 악몽같은 그림이다. 세계경제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재정 적자가 큰 나라들의 재정 건전화 작업이 지연된다면, 심지어 국제금융시장이 미국과 일본마저도 경계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스 다음 차례가 될지 모른다는 일본의 국가부채는 올해 국내 총생산(GDP)의 2배가 넘는 229%까지 치솟는다.
한편 유럽연합(EU)은 마치 한국의 1998년 경제위기 때 IMF처럼 긴축재정을 해야 긴급ㅈㅏ금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EU는 ‘안전성장협약’을 들면서 EU회원국은 재정적자를 GDP 3% 이내로 유지토록 엄격하게 대했다. 따라서 지난 1월 그리스 정부가 EU에게 “재정적자 규모를 올해 안에 8.7% 수준, 2011년(적자 5.6%), 2012년(2.8%), 2013년(2.0%)에 계속 줄여나가겠다"고 약속하고 나서자 유럽연합은 겨우 승인했다.
그리스 사회당 정부는 유럽중앙으ㄴ행(ECB)의 긴축방안 주장을 금지옥엽 받아들이고 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정부는 공무원 임금 동결 및 보너스 10% 삭감, (연금삭감을 위한) 퇴직연령 상향, 세금 인상, 고소득층 소득세 인상 등을 추진하고 있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이 긴축방안이 “이 방안은 국가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EU는 더 나가 그리스가 올해 재정적자 4%포인트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며 오는 3월16일까지 추가 긴축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 3월 3일에 48억 유로(약 7조5000억 원) 규모의 재정 추가 긴축방안을 더 내놨다. 여기에는 △부가가치세율 인상(19%→21%) △공무원들이 부활절·성탄절·휴가철에 받는 상여금 30% 삭감 △2010년 연금 동결 △유류세 8% 추가 인상 △담뱃세·주류세 추가 인상 △공무원 복지수당 삭감폭 확대(10%→12%) 등이 포함돼 있다.
긴축방안에 저항하는 총파업
두 번째 그림은 역동적인 그리스 노동자들의 투쟁이다. 그리스 노동자들은 국가부도에 맞서 강력한 총파업으로 응수했다.
그리스 2백50만명 노동자들이 2월 24일 하루총파업, 3월 5일 4시간 파업을 벌였다.
이 파업을 주도한 노조는 그리스 공공노조연맹(ADEDY, 50만명)과 노동자총연맹(GSEE, 200만명) 등이다.
이런 거대한 투쟁의 불꽃을 먼저 지핀 것은 그동안 소외됐던 임시직 비정규노동자, 예비 노동자들인 학생이었다. 그리고 조직노동자들 중에서는 선도적인 투쟁을 벌인 피래우스 항구의 항만노동자들이었다.
임시직 비정규노동자들은 가장 먼저 움직였다. 지난해 11월 5일 이들은 아테네에서 전국 집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비정규노동자들은 독자적으로 전국평등위원회를 통해 전국적 연결망을 건설해서 격주로 전국 집회와 지역 집회를 개최했다. 이런 실천들은 기존 노조단체들에게 압력을 가했고, 노조들은 이들의 요구를 받아 정규직화 요구를 하게 됐다.
두 번째, 젊은 학생노동자들은 과감한 투쟁을 벌였다. 학생들은 지난해 11월 17일 독재정권에 반대해 저항했던 과학기술대 학생들을 기념하는 행사를 하다가 쫓겨나자 동맹휴업으로 맞섰다. 이들은 실업 등 미래에 대한 깊은 절망과 분노를 가슴에 심어왔다. 가령 유럽연합의 청년실업률은 평균 21.4%로 전체 실업률(9.6%)를 훨씬 상회한다. 스페인은 무려 44.5%, 아일랜드 31.5%, 이이탈리아 26.2%, 그리스는 25.3%에 달한다.
세번째로, 피래우스 부두 노동자들은 거리낌없이 선도적 투쟁을 하고 있었다. 이전 카라마니스 정부는 부두의 상당한 부문을 사유화해 중국 코스코(Cosco)에게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파판드레우 사회당 정부는 선거 전 이 사유화 계획을 ‘신식민지’라면서 반대했고, 재계약을 약속했다. 부두노동자들은 선거 전 코스코가 부두를 인수를 하려 하자 파업을 통해 이를 막았다. 그러나 선거 승리 후 파판드레우 정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꾸자 항만 노동자들은 다시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가장 대중적 분노의 초점은 연금개악이었다. <조선일보>는 그리스의 경제비극이 지나친 국민연금 때문이라면서 연금 축소가 위기극복 방안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사람들은 35년 일하면 연금을 타고, 연금의 소득 대체율이 95.7%에 달한다고 한다. 실제로 그리스의 사회보장관련 지출은 GDP 대비 18%로 OECD국가 평균(15.2%)를 넘어선다.
이것은 왜 그리스 노동자들이 연금 삭감에 가장 강력한 분노감을 보여주는 지를 알려준다.
그리스에서 연금개악 시도는 그동안 이를 시도한 정권들의 비극으로 끝났다. 그리스 노동자들은 지난 2001년 파쏘 정부 시절 연금개악을 총파업으로 저지했고, 2008년 12월 파업도 연금개악에 반대하는 투쟁이기도 했다. 사회보장제도가 없는 한국에서는 정년연장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리스 등 유럽 노동자들은 연금 삭감을 위한 정년퇴직 연장에 강력히 반대한다.
그리스 노동자들처럼 용기를
오는 3월 16일 다시 한번 공공, 민간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예고되고 있다. 그리스 3월 총파업 투쟁을 비난하는 자본들과 보수언론들은 총파업 때문에 국가 부도 위험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의 국가부도 위험은 바로 자본가들 자신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노동자들이 경제의 주도권을 갖고 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에 대한 ㅈㅏ금 지원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 정부 역시 엄청난 정치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 나라 역시 그리스처럼 호황 시기 경제확장(예컨대, 동유럽 국가에 수출확대 정책 등)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부실덩어리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은 상대적으로 그리스보다 조금 나은 처지일 뿐이다.
하지만 그리스 노동자들은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전가를 고스란히 노동자들이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다. 올해 한국 노동자들은 그리스 노동자들처럼 이명박 정부의 공세적인 탄압을 뚫고 좀 더 과감한 투쟁으로 나설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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