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직장폐쇄 37일차
3월 24일(수)은 경주에 있는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주)(대표이사 강기봉, 이하 발레오전장)가 노동조합과 조합원에 대해 ‘묻지마 직장폐쇄’를 한 지 37일차다.
조합원들은 여전히 공장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천막농성을 하고, 각 출입구에서 밤을 지새기도 한다.
■왠 노동전문기자?
발레오전장과 관련한 기사중에 한 경제신문 "노동전문기자‘라고 하는 사람이 쓴 기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그 기자의 표현의 빌자면 ’웬만한 대졸 간부 사원보다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경비원, 청소원등을 보호하는 ’귀족노조‘ 때문에 발레오가 46일째 이른바 노사분규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에는 ’발레오 현장 가보니‘라고 하면서 마치 현장에서 취재를 한 것 처럼 말하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를 노동전문기자라고 밝히고 있다. 과연 노동전문기자인가? 글쎄다.
(해당기자의 글 ;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0032120181)
기본적인 사실조차 충실하지 않은 기사
기자는 ‘회사의 경비업무 외주화 선언 이후 노조는 파업과 태업으로 맞섰다.’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발레오만도지회는 2월 4일 이후 직장폐쇄가 진행되는 지금에까지도 파업을 선언한 적이 없다. 파업을 하지 않았음에도 기자는 ‘파업을 했다.’고 단정적으로 기사화하고 있다.
‘파업이 길어진다’고 기자는 표현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사실인가? 발레오전장 회사의 직장폐쇄 이후 노동조합은 다양한 방법(경주시장과 시의회의원 면담, 노?사?민?정 간담회, 기자회견, 공식적인 공문)을 통해 업무복귀 의사를 밝혀왔다. 그리고 3월 12일 금속노조위원장과 대표이사간의 간담회, 각종 관계기관과의 간담회에서 강기봉 대표이사는 ‘교섭을 통해서 풀겠다.’고 하지만 교섭은 진행되지 않았다. 직장폐쇄를 하면서도 ‘무엇이 되면 직장폐쇄를 풀겠다.’는 것도 없다. 그냥 ‘묻지마 직장폐쇄’를 이어갈 뿐이다. 이것이 정상적인 노사관계인가?
지금 경주에서 진행중인 내용은 노동조합의 파업이 아니라 회사의 ‘묻지마 직장폐쇄’다. 이런 사실 관계도 틀린 내용을 기사로 올리고, ‘노동전문기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어떤 전문인가?
그리고 노사분규 46일째라고 했는데,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무런 표현이 없다. 과연 현장에 와서 취재를 한 것인지 그냥 회사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베낀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만 제기될 뿐이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노동자가 사용자를 착취한다고?
기자는 원청업체와 납품업체 간 구조로 인해서 강기봉 대표이사의 말을 인용해 “노조가 사용자를 착취한다.”고 표현했다. 과연 그럴까? 만도기계 경주공장이었던 현재 회사는, IMF를 거치며 1999년 발레오자본에 1,650억원에 매각 11년을 지나왔다. 발레오자본은 최초 5년에 걸쳐 영업권 상각이라는 이름으로 750억원을 빼갔다. 그리고 두 번에 걸친 유상감자 (1,100억원)와 해마다 발생한 당기순이익에 따른 배당금으로 10년동안 400억~600억을 빼 갔다. 이미 발레오 자본은 자신들이 투여한 매매자금을 모두 회수한 것이다. 이 외에도 외자유치를 목적으로 시행된 법인세 감면이라는 특혜를 발레오 자본은 10년간의 특혜를 누려왔다. (최초 7년간 100%, 그 후 3년간 50%)
기자의 표현대로 “노조가 사용자를 착취”했다면 어떻게 이런일이 가능할까?
먹튀는 되고, 고임금은 안된다?
기자는 아주 자극적인 기사를 쓰고 있다. 고임금을 받고 있는 ‘귀족’노동자가 노사분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에 표현했듯이 발레오자본은 이미 투자금을 회수한 상황이다. 그리고 천안에 있는 계열사인 발레오공조코리아는 2009년 공장 청산을 진행, 지금도 천안역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발레오전장의 경우에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곧 먹튀의 모습을 보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자는 이런 외국자본의 무분별한 태도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적도 없이, 단지 경비, 청소업무에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고임금을 받고 있다는 것을 내세울 뿐이다.
노동자는 임금을 많이 받으면 안 되는가?
기자는 경비, 식당, 청소업무 노동자들이 임금을 많이 받는 것을 문제삼고 있다. 그리고 총액까지 제시하고 있다. 물론 회사에서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했을 것이다.
회사가 제시한 비용에는 밥값, 피복비, 각종 복지비용이 다 들어있는 금액이다. 이것을 확인하지 않고 그냥 총액만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제대로 알고는 있는가 의문스러울 뿐이다.
발레오전장은 주 · 야 맞교대 사업장이다.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하루 12시간씩 일을 한다. 그에 반해 사무 관리직은 8시간 일을 하고 있다. 식당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은 한번 출근하면 길게는 30시간씩 일을 하고 퇴근을 하곤 했다. 시급 노동자의 임금은 일하는 시간에 비례해서 올라가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는 지는 관심이 없고 단지 임금이 높다고만 하고 있다.
혹시 대학을 나온 사무 관리직은 임금이 높아야 하고, 생산직이나 경비업무에 일하는 사람은 임금이 낮아야 한다고 기자는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연 기자의 임금은 얼마일까?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이 받은 임금이 어디에 쓰이는가이다. 발레오자본이 ‘배당’등의 이름으로 가져간 수십 - 수백억은 프랑스에 간다. 노동자들이 받은 임금은 경주에서 밥을 사 먹기도 하고, 집도 사고, 옷도 사고, 애들 공부하는 비용으로 사용된다. 결국 경주 경제를 받치고 있는 것이다. 기자는 이를 이해할까?
원인은 없고, 현상만 있다?
자뭇 ‘전문가’라고 할 때는 범인들이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밝혀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결국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이 원인이 어떻게 현상으로 나타나는 가를 짚어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 기사에는 이번 상황(회사가 일방적으로 직장폐쇄를 했고, 기자는 이를 노사분규라 표현하고 있다.)에 대한 설명은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다루지 못하고 있다.
노사관계가 제대로 유지되려면 상호 신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발레오전장의 대표이사는 노사관계를 ‘승부’라고 하고 있으며, ‘승패’를 운운하고 있다. 그리고 2009년 3월 부임한 이래로 노사간 합의한 사항을 계속해서 일방적으로 어겨왔다. 이런 속에 신뢰가 쌓이지 않고, 이러니 노사관계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 것이다.
최소한 전문가라면 이정도는 알려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노동조합 활동을 20-30년 하신 분들도 쉽게 전문가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무엇이 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노동전문가’ 맞습니까? 우리는 노동조합의 입장에서 기사를 쓸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단지 사실관계라도 제대로 실어주는 언론과 기자가 그립습니다.
발레오가족대책위원회 cafe.daum.net/valeofamily 중에서
- 이전글9.5의 대지진 10.03.26
- 다음글이젠 소화기도 뿌린다. 10.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