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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있는 경주 발레오 조합원
작성자 함께하자
댓글 0건 조회 2,677회 작성일 201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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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그리고 자랑스런 나의 당신께

어느덧 그 길고도 매서운 겨울이 가고 이젠 정말로 봄이 왔나 봅니다.  얼었던 땅이 녹고, 파란 새싹들이 올라와 봄이 왔음을 알리네요. 예년 같으면 아이들의 손에 손을 잡고 놀러도 다니고..봄기운을 만끽했을텐데 이젠 당신과 집에서 밥 한끼 먹는 일상마저 그리운 일이 되었네요.

하필.. 운이 없는 건지 당신이 집에도 들어오지 못하고 열심히 투쟁에 돌입하는 그 즈음 제 생일이었지요. 전화로 ‘생일 축하해’ 라는 당신의 음성에 마음 한켠이 얼마나 쓰리던지.. 생일 축하한다는 그 말 뒤에 숨은 아내에 대한 미안함, 투쟁에 대한 책임감..뭐라 표현하지 못할 당신의 복잡한 심경이 제 맘을 아프게 하네요. 우리 두 아들은 아빠의 기운을 먹고 자라는 놈들인데..당신의 빈자리가 너무도 큽니다.

여보.. 그때를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네요.

지난 2월 16일. 설 명절이라 일가친척을 만나고 들뜬 기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 설 연휴 마지막 날. 이른 아침에 당신이 핸드폰 문자를 받고 부랴부랴 집을 나섰던 그때를 말이에요. 강기봉으로 부터 문자 한통이 날라왔지요. ‘회사를 살리기 위한 수단이다’ 라며 무기한 직장폐쇄를 한다고요. 그게 우리 가족에게 당신과 생이별을 하고, 적금, 보험을 정지하거나 해약하고, 학원을 줄여야 하는 서막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또한 우리 조합원들은 어땠나요?

밤낮없이 천막을 지키고, 철야농성을 하는가 하면, 아스팔트 위에서 다리가 저리도록 삼보일배를 했습니다. 그리고 출근한 동료의 집 앞에서 ‘우리 조합원 모두가 함께 라야 공장 문이 열리고 우리가 함께 들어갈 수 있다, 이대로 들어가면 너도 죽고 나도 죽는 일이다’ 라며 실로 안타까운 마음으로 무언의 피켓팅도 했습니다.

눈물이 납니다. 처음엔 우리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서글퍼서 눈물이 났는데, 악에 받치는 눈물이 되었습니다.

당신과 우리 조합원들이 뭘 어쨌다고요? 20~30년 동안 한 공장에 몸을 담아 성실히 일해 온 당신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기계를 잃고 공장 밖으로 내몰렸다는 사실이, 너무도 기가 막히고 기가 막히다 못해 치가 떨립니다.

강기봉이는 600여 조합원에게 일방적으로 직장폐쇄를 통고해놓고 공장안으로는 단 한발짝도 들여놓지 못하게 하네요 그런 강기봉이는 너무도 뻔뻔하게 사무직 용역들을 불러 공장을 가동하고, 물량을 납품하고 있다고요.. 투쟁하면 투쟁한다고 협박문자 보내며 가족들의 가슴을 졸이게 하고, 다른데선 ‘불러줄 때 들어와라, 벌 때 벌어라’ 라며 생선으로 고양이를 유인하듯 조합원을 공장으로 그렇게 유인한다지요? 한솥밥 먹던 동료를 등지게 하고 서로를 미워하게 하고, 노조의 교섭은 단 한차례도 응하지 않고..그렇게 해서 노동조합을 알맹이 없는 껍데기로 만들려는게 강기봉의 속셈이라는 것을 갈수록 저는 절감합니다.


여보..이제는 발레오만도 가족들도 치를 떱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우리 가족들도 ‘발레오만도 조합원들의 공장 복귀를 위한 가족대책위원회’ 로 뭉쳤습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아침이면 출근하고 저녁이면 퇴근을 하지만, 부쩍 힘이 들어보이는 남편의 어깨를 그냥 보고만은 있을 수 없어서 모였습니다. 우리라도 힘을 더 보태어 거짓과 술수로 우리 남편을 농락하고 서로를 이간질시키며, 우리 가정이 저 벼랑끝으로 내몰리는 이 사태를 그냥 넋놓고 있을 순 없었습니다.

이제 발레오에 강기봉이 사장으로 있는 한, 더 이상 상식과 이해는 있을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더 이상 강기봉의 술책에 조금도 흐트러짐없이 우리가 똘똘 뭉쳐야 살 수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가대위 식구들이 그렇게 믿고, 하루 빨리 우리 남편들이 일터로 향하는 그 날을 위하여 오늘도 내일도 당신의 힘이 될 것입니다.

여보..이런 말을 하셨지요..언제라도 조합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간부가 된다고 하셨지요. 그런 당신이 저는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당신의 빈자리를 우리 두 아이들에게 ‘정의로운 일을 하시느라 집에 올 수가 없다, 우리 아빠는 정말 자랑스러운 분이시다’ 라고 말할 수 있게 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아이들 잘 키우고 가대위 일도 열심히 할께요. 내 옆엔 항상 당신이 있으니까 힘이 들어도 힘이 들지 않습니다. 곧 우리에게 진짜 봄이 올 거예요. 그때 우리 애들 손잡고 애들 좋아하는 놀이공원도 가고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산에도 놀러가요.

어디에 계시든 항상 건강하세요.

2010년 3월 22일


발레오만도 조합원의 빠른  공장 복귀를 염원하는 당신의 마누라가...

발레오가족 대책위원회 cafe.daum.net/valeo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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