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티정밀, 제품 빼돌린 뒤 폐업 통보
작성자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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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제이티정밀, 제품 빼돌린 뒤 폐업 통보 |
일본 씨티즌정밀 배후조종 의혹 증폭…노동자들 "망연자실" |
경남 창원에 위치한 손목시계 생산·판매업체 제이티정밀(주)(옛 한국씨티즌정밀)이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은 창사기념일을 이용해 시계 완제품과 반제품·부품을 모조리 빼돌리고, 폐업을 통보해 비난을 사고 있다. 하루아침에 해고자 신세로 전락한 노동자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9일 금속노조 제이티정밀지회에 따르면 회사측은 창립기념일이었던 지난 28일 시계 완제품은 물론 생산라인에 걸려 있던 시계 반제품과 부품을 공장 밖으로 반출했다. 이날 회사에 출근해 제품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직원들이 항의하자, 회사측은 제품의 거처에 대한 대답 대신 “경영난이 심각해 7월31일자로 폐업하겠다”고 통보했다. 시계 수주물량 감소에 따라 30일부터 휴업이 예정된 터라, 노동자들은 당장 출근도 하지 못한 채 회사측의 처분만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이 회사의 폐업 통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2008년 4월 일본계 외국인투자기업인 한국씨티즌정밀이 영세 신발제조업체인 (주)고려티티알에 인수되자, 노동계는 “한국씨티즌정밀의 모회사인 일본 씨티즌정밀이 기업 철수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지 않기 위해 한국의 ‘바지 회사’를 내세워 위장매각했다”고 비판했다. 회사를 폐업하거나 직원을 정리해고할 경우 평균임금 36개월치를 위로금으로 지급하기로 명시한 단체협약을 지키지 않으려고 엉뚱한 업체에 기업을 매각했다는 것이다. 자본금 2억원 규모의 고려티티알이 자본금 44억원의 씨티즌정밀을 무슨 돈으로 인수했는지, 매각대금은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납입했는지 등의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씨티즌정밀과 고려티티알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창원시 외동 일대 공장부지와 회사아파트 등 부동산에 대한 공시지가만 50억원이 넘고, 실거래가는 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부동산 매각 차익이 워낙 막대해 이 돈을 매개로 씨티즌정밀과 고려티티알 간 거래가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며 “고려티티알이 회사명을 제이티정밀로 바꾸자마자 단협을 해지한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고려티티알이 퇴직위로금 등을 명시한 단협을 무력화한 것이 결과적으로 일본 씨티즌정밀의 한국 철수에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폐업 시점도 이 같은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일본 씨티즌정밀은 회사를 매각하면서 2년간 시계 제조물량을 한국의 제이티정밀에 제공하기로 했다. 그 계약기간이 이달 만료됐고, 회사측은 곧바로 폐업을 통보했다. 서향미 지회 사무장은 “회사는 수지도 맞지 않는 물량을 들여와 생산하더니, 이제 와서 노조가 고통분담에 동참하지 않아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며 “이 모든게 짜맞춰진 각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
구은회 기자 press79@labortod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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