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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작성자 경남노동자신문
댓글 0건 조회 3,794회 작성일 201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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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지난 5월 1일 노동절 새벽 3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심위)는 노조 전임자 수를 현재의 1/10 수준으로 줄이는 타임오프제를 날치기 통과했다. 노동부에서 사전 각본까지 짜서 밀어붙인, 치밀하게 준비된 날치기였다.

그러나 이미 4월 28일 파업을 취소한 민주노총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허공에 대고 몇 번 컹컹 짖었을 뿐 날치기를 넋 놓고 바라만 봤다. 특히 날치기 당일 개최된 노동절 집회는 현재의 심각한 상황과는 무관하게 지자체 선거 캠페인을 위한 대회로 평화롭게 치러졌다. 그 내용마저, 한때 권력을 차지하고 노동자의 목에 칼을 들이댔던 사람들을 ‘야권 단일후보’라는 이름으로 지지하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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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동과세계) 
 

한국노총을 비판하기 부끄러운 현실

한국노총은 이번에도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날치기 후 내부반발에 직면하자 한때 한나라당과의 정책공조 파기 등 투쟁모드로 돌입하는 척 하다가 결국 5월 12일 근심위의 날치기 타임오프제를 받아들였다. 사용자단체가 노사발전재단에 돈을 내면 그 돈으로 2년 동안 상급단체 파견자의 임금을 지급받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한국노총의 행태에 대해 민주노총은 “희대의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한국노총을 비판하는 민주노총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낮이 뜨거운 건 왜일까. 한국노총의 코미디 못지않은 코미디를 우리 스스로가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줄 정말 몰랐을까

많은 사람들이 민주노총이 근심위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근심위 구성과 결정방식으로 볼 때 결국은 공익위원을 앞세워 자본과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결정을 할 것이고, 그런 근심위에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것은 들러리 서는 것이라고 걱정했다. 또 여러 번 그랬듯이 결정적인 순간에 한국노총에게 뒤통수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지난 3월 3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근심위 참가를 결정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강력하게 참가를 주장한 결과였다. 그리고 이후 현실은 걱정하고 우려하고 비판했던 그대로 흘러갔다. 결국 민주노총은 5월 14일 근심위에서 탈퇴했다.

근심위 참여와 같은 문제가 논란이 될 때마다 참여를 주장하는 쪽은 ‘교섭과 투쟁의 병행’을 말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교섭과 투쟁이 병행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근심위 참여와 더불어 준비하고 실천한다던 투쟁은 근심위 참여를 중심으로 한 대응 과정에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결국 돌아온 것은 총파업 취소와 타임오프 날치기와 한국노총의 뒤통수 때리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국노총에 대한 날선 비판의 목소리는 있어도, 정작 민주노총이 스스로의 선택과 결정을 뒤돌아보고 잘못을 인정하는 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잘못된 선택과 결정은 계속 반복되고 있고 결정적인 시기마다 민주노총은 스스로 투쟁을 포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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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동과세계)
 

반복되는 뻥파업과 후안무치

언제부턴가 ‘뻥파업’이란 말이 쓰이고 있다. 뻥파업은 민주노총 밖에서는 민주노총을 비웃는 말로, 안에서는 스스로의 무기력함에 대한 자조 섞인 말로 사용된다. 이번 복수노조?전임자 관련 노동법 개악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민주노총은 거듭 뻥파업을 반복했다.

2010년 1월 1일 새벽 노동법 개악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3월 31일~4월 15일 사이에 ‘완벽한 80만 총파업’을 준비하자며 그 동안 공언해 온 총파업을 취소했다.

그리고 새로 당선된 김영훈 위원장은 천안함 정국을 이유로 4월 28일 계획된 총파업을 취소했다. 금속노조 역시 타임오프제 논의가 국회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4월 28일 총파업을 5월 15일 이전 총파업으로 연기했으나, 근심위 날치기에 허를 찔려 5월 15일 이전 총파업은 유명무실해졌다.

근심위가 타임오프제를 날치기 통과시키자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실질적 총파업으로 돌파하고 전조직 총투표로 심판하는 등 민주노총의 모든 것을 다 걸고 싸울 것”이라고 또다시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6월 총파업 계획을 현실 동력 부족을 이유로 또다시 폐기했다.

더구나 김영훈 위원장은 “금속노조 등 주요 조직은 임·단협 시기에 집중해 현장에서 타임오프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는 한편 6·2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할 것”이라며 사실상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관련 투쟁을 각 연맹과 사업장이 알아서 하라고 떠넘기고 선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뻥파업을 반복하다 총연맹으로서의 역할까지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왜 투쟁 한 번 제대로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시간만 보내는 이 같은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부끄러움을 모르는 지도부의 모습도 그 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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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마이뉴스)


침몰하는 배의 선장에게 기대하는 것

과연 현 시기 민주노총 위원장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6월 총파업을 폐기하기는 했지만 총력투쟁 계획은 수립한 이상, 그것을 전국차원에서 조직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김영훈 위원장은 “위원장 사무실을 창원으로 옮기겠다”는 말까지 하며 선거에 몰두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장기투쟁 사업장 동지들이 힘겹게 투쟁할 때 과연 민주노총 위원장이 말이라도 “위원장 사무실을 투쟁현장으로 옮기겠다”고 한 적이 있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노동운동이 처한 상황은 지도부의 힘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현장 상황이 힘 있는 총파업을 하기 힘들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노동운동의 지도부에게는 더욱 막중한 책임이 요구된다. 위기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을 내놓으라는 것이 아니라 현 상황에 걸맞은 책임 있는 태도와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다.

타이타닉 같은 재난영화를 보면 침몰하는 배의 선장이 끝까지 책임과 희생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민주노총이라는 배의 선장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 줄 것인가?●

 

* 관련글 보기 : <매우 근심스러운 민주노총의 근심위 참여> http://blog.daum.net/horuragee/135

* 관련글 보기 : <완벽한 80만 총파업이라는 거짓말> http://blog.daum.net/horuragee/124 

* 경남노동자신문 <호루라기> 블로그 둘러보기 : http:blog.daum.net/horura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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