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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아쉽지만 너무나 소중한 투쟁
[현장에서] 금호타이어 비정규직지회 14일 파업 … 정규직 절반이라도 관심을
파업이 처음이라고 했다. 파업가도 모르고 구호도 몰랐다. 너무도 낯선 투쟁이었다. 그 만큼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 동안 오로지 일만 하면서 살아왔다. 겨우 근근이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으면서도 그야말로 개같이 일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그런데 정규직의 임단협이 끝나자 금호 자본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개악안을 들이밀었다. 임금 10% 삭감에 상여금 100% 삭감이었다. 이런 천벌을 받을 놈들 아닌가. 아무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지만 이는 비정규직을 짐승으로 보지 않고는 던질 수 없는 쓰레기 안이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투쟁을 하지 못했지만 이건 아니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득달같이 일어났고 똘똘 뭉쳤다. 지회의 투쟁 지침을 철저히 지켰으며 한 치의 흔들림 없이 파업투쟁을 이어갔다. 파업투쟁은 곧 전면파업으로 이어졌고 노동자들의 투쟁의지도 갈수록 높아갔다. 어버이날, 악랄한 사측은 직장폐쇄라는 만행을 저질렀으며 이는 노동자들의 분노를 더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여성 조합원들은 밭을 매다가 달려왔고 조합원들은 철야농성을 하면서 한숨도 자지 않고 버텨냈다.
하지만 정규직의 합의가 이미 있는 상태에서 한계가 있었다. 비정규직의 조직력은 높았지만 비정규직지회가 돌파하기엔 어려운 구조였던 것이다. 때문에 14일의 파업투쟁을 벌이고도 기본급 3% 반납, 상여금 100%반납(2010년에는 50%)에 잠정합의를 하고 말았다.
파업가도 구호도 몰랐던 14일 파업
5월 16일 찬반투표에서 임금 68%, 단체협약 69.3%로 가결됐다.
투쟁의 의지가 높았고 자체 조직력도 높았던 만큼 아쉬움은 크다. 그렇지만 비정규직지회의 투쟁과정 속에서 지역의 여론을 이끌었고 처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높은 단결력을 보여준 것은 이후 금호타이어 비정규직지회가 비정규직운동에 있어서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지금 전반적으로 노동운동이 자본에게 밀리고 있다. 이는 전임자임금지급 금지와 관련해서 보듯이 정권과 일정부분 발맞추어 진행되는 노동탄압 속에서 대공장 정규직노조마저 속수무책으로 자본에게 당하는 꼴이 되고 있다.
그런데 비정규직지회가 그것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던 금호타이어 비정규직지회가 첫 파업투쟁을 이렇게 힘차게 진행한 것은 노동운동 내에 상당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자본과의 싸움에서 항상 승리할 수만은 없다. 때론 이기기도 하고 때론 지기도 한다. 다만 우리의 조직력이, 투쟁력이 얼마나 응집되었는가를 봐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금호타이어 비정규직의 파업투쟁은 결과와 상관없이 나름대로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금호타이어 비정규직지회의 조합원들이 너무도 고맙고 자랑스럽다.
정규직의 한계를 넘지 못했지만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정규직지회가 투쟁할 때 보여준 언론이나 조직 내부의 관심이 비정규직지회의 투쟁에서는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언론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금속 내부에서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정규직 투쟁만큼은 아니더라도 많은 관심과 지지가 있었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고 투쟁이 종료된 점은 너무도 속상하고 아쉬운 점이다.
그렇지만 지회 조합원들은 그나마 연대를 오는 동지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였고 오히려 더 투쟁의 각오를 새롭게 하며 투쟁에 임했다. 동지들이 보여준 14일간의 파업투쟁은 이후 비정규직투쟁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알려준 소중한 투쟁이었다.
투쟁과정에서 조합원들은 많은 것을 보고 느꼈을 것이다. 자본의 악랄함을 보았고 조합원들 간에 끈끈한 동지애도 느꼈을 것이다. 또한 노동조합의 소중함과 노동운동의 정당함도 알았을 것이다. 금호타이어 비정규직동지들이 올해 투쟁을 경험삼아 이후를 준비하고, 조직력을 더 강화하여 비정규직투쟁의 선봉에 설 것을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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