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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그리스 노동자 위대한 저항
세계화의 복수?재정적자의 재앙 대공황 눈앞에 … 양보가 아닌 투쟁 중요
대공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0년 국제통화기금, OECD 등 국제기구들이 올 초부터 세계경제 성장을 플러스 성장으로 점쳤던 장밋빛 희망은 잿빛으로 사라졌다. 2008년 말~2009년 초 상반기 경제대공황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동안 재정적자의 ‘복수2탄’을 준비하고 있었다. 세계화에 가장 노출된 나라 중 하나였던 그리스가 결국 국가부도 위험까지 가고 있다.
이런 결과를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고 있었지만,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믿고 싶지 않아 했다.(<변혁산별>95호 참조)에서 지적했듯이 이 재앙은 예고돼 있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중동 두바이, 유럽의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이른바 "PIGS" 국가들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국가부채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이는 비단 “이들 국가들의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 초에도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도 재정적자 문제가 예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루비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온갖 국제기구들은 2010년 경제회복 전망 시나리오들을 내놓았고, 오바마는 ‘고용회복은 경제회복 징조’라고 했으며, 이명박 정부는 “한국 경제 회복세가 뚜렷하다”며 4~5% 플러스 성장을 점쳤다.
그러나 그리스가 1100억 유로의 지원으로도 회복할지 불투명하고 구제그ㅁ융 즉 ‘기업에 돈 퍼주기’에 대한 독일 대중들의 반발 때문에 독일 총리 메르켈은 그리스 지원에 주저했다. 위기는 시간을 주지 않았다. 상황은 더 악화돼 그리스 부도 위기가 포르투갈, 스페인 시ㄴ용위기를 넘어 미국, 중국으로 확대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한순간 세계를 휩쓸었다.
? 5월2일 그리스 정부가 발표한 긴축재정안 핵심 내용
? 민간기업 정리해고 확대(월 2%에서 4%) 및 정리해고 보상금 삭감
? 우체국 예금, 상하수도공사 등 10개 공기업 사유화
? 공공부문 노동자 임금 및 수당 삭감
? 간접세(유류세, 주류세, 담배세, 부가세 등) 인상
? 연금개악
▲공공과 민간 모두 월 2,500유로(약360만원) 이상 수급자의 경우 보너스 폐지, 그 이하 액수 수급자는 총 지급액 600유로(약86만원)로 줄임
▲여성의 연금수령 개시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
▲연금 지급 시기를 2015년부터 현행 37년에서 4년 연장
▲조기연금 최저 연령을 60세로 연장(정년연장)
▲연금 산정 방식 변경
대공황 전 세계로 확대되나
전 세계적 확산 위기는 자본주의의 가장 큰 특징인 시ㄴ용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아래 내용은 <조선일보>(5월8일자)에 실린 기사 내용 중 일부다.
“가령 그리스의 경우 포르투갈 으ㄴ행들에 약 100억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고, 포르투갈은 스페인에서 860억달러를 빌려 쓰고 있다. 스페인은 독일 으ㄴ행들로부터 무려 2,380억달러, 프랑스 으ㄴ행으로부터 2,200억 달러의 채무를 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스페인으로부터 310억달러를 받을 게 있지만, 프랑스에는 무려 5,110억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다. 만약 유럽연합이 그리스의 채무불이행을 막지 못하면, 채권투자자들은 정신없이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 돈을 뺄 것이고, 이럴 경우 벨기에, 프랑스, 오스트리아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이렇듯 그리스 국가부도 공포심은 “아시아 기업들의 자금 조달 능력에서부터 미국 그ㅁ융시장에서 펀드의 향방으로까지 번지는 양상”(뉴욕타임스(NYT))이다. 영국 티 로우 프라이스 투자으ㄴ행의 펀드매니저인 이안 켈슨은 "이는 유럽의 문제만이 아니다. 지금은 미국, 일본, 그리고 영국의 문제다."라며 "전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경제회복을 자신했던 한국은 그리스 국가부도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휩쓸었지만 시ㄴ용등급은 그리스를 제외하고 PIIGS 국가들보다 더 낮다. 규제완화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마음대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세계적 불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황 징조 : 시ㄴ용위기는 이윤율 저하 경향의 표현
그리스의 재정적자 문제는 그리스만의 특별한 것이 아니다. 주요 선진국들 대다수가 그리스와 똑같이 엄청난 재정적자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의 재정적자 문제는 경제 전반의 시ㄴ용위기를 불러왔다. ‘시ㄴ용위기’는 단순히 그ㅁ융자본의 투기적, 발작적인 횡포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경제위기의 근본적 문제, ‘이윤율 저하경향’ 때문이다. 즉 이윤율이 떨어져 이윤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자본가들은 투자를 중단하고, 투기성 부문에 돈을 쏟아 붓거나 아니면 돈을 쌓아둔다.
그러나 이미 투자한 비용을 이윤으로 회수하지 못한 자본가들은 도산 등 대공황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특히 대자본일수록 수렁은 깊고 넓어서 함께 끌어들이는 폭도 넓다. 이런 상황에서 시ㄴ용위기를 겪는 그ㅁ융자본은 이 위기를 더욱 빠르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기제가 된다.
대안이 될 수 없는 긴축정책 처방
이번 그리스 부도 위험의 또 다른 측면은 정부, 자본이 늘 사용하는 ‘기업 살리는 경기부양책’과 ‘대중 쥐어짜기’ 즉 긴축정책 모두 ‘구원투수’의 역할도 할 수 없을 뿐더러 거대한 저항이 될 뿐이라는 중요한 사실이다.
2008년 10월 한 달 동안 세계증시는 한꺼번에 9조5천억 달러가 증발했다. 한 연구자는 9조6천억 달러만 있으면 지구 온난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전 세계 인구가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지구온난화 비용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린 것이다. 이런 파국에서 위기를 가까스로 버텨낸 것은 위기에 처한 사적 자본들이 국가의 품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각 국가들은 경기부양책과 구제그ㅁ융을 통해 기업들에게 ‘낮은 금리’, ‘법인세 인하’ 및 ‘세금 퍼주기’로 위기를 돌파하려 했다. 그 대가로 국가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가 늘어났다. 각 나라들은 이것을 국채를 발행하는 것으로 재정적자를 메우려 했고, 그럴수록 국가부채는 더욱 늘어났다. 마치 거대한 도박판처럼 다시 호황이 오기만 하면 이 모든 빚들을 한꺼번에 갚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그리스 국가부도 위험은 국가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 부도 위험에 대응책으로 가장 선호하던 긴축정책 역시 경제성장을 위축할 뿐 아니라 대중적 저항의 초점이 된다는 사실도 드러냈다.
오히려 긴축정책이 불러온 것은 거대한 대중저항이다.
그리스 정부는 5월 2일 EU 및 IMF의 구제그ㅁ융 지원에 앞서 GDP 대비 11%인 약 300억 유로 규모의 재정적자 감축안을 발표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의 스트로스 칸 총재는 공공부문 임금과 연금은 그리스 공공부문 지출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던 터였다. 아래 표를 보듯이 긴축정책안은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내용이었다. 대중적 불만은 하늘을 찔렀다. 4월 17일 여론조사결과, 국민의 약 60%가 정부 긴축정책안에 반대했다.
이미 그리스 노동자들은 지난 2월24일(하루파업), 3월4일(4시간) 총파업을 벌였고, 여기에는 500만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그리스 지배계급 역시 상황에 대한 타협을 하려 하지 않았다. 경제위기, 세계화의 복수에 직면해 지배자들은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노동자들도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생활임금 뿐 아니라 고용불안으로 삶 자체가 걸려 있었다.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안에 반발하는 그리스 공공노조연맹(ADEDY) 및 노동자총연맹(GSEE)이 지난 5월 4, 5일 총파업을 단행했다.
그리스 노동자들의 불같은 저항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은 그리스 위기 세계적 확산을 막기 위해 7,500억유로(9,706억달러) 규모의 대대적 지원에 나서는 안을 9일(현지시간) 승인했다. 미국의 그늘 밑에 있는 IMF도 최대 2,500억유로(3,235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지난 2008년 미국이 구제그ㅁ융에 쓴 비용이 7,000억달러(그외 경기부양책 규모는 7,870억달러)였음을 기억한다면 그 위기의 수준이 비슷하거나 더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잠시 진정되는 양상이지만 그리스 국가부도 위협을 만든 원인들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이윤율은 회복되지 않았고, 시ㄴ용위기는 여전히 불안해 위기는 잠복해 있다. 어느 경제전문가가 지적했듯이 “민간부문의 부실은 정부 지원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는 게 입증됐지만 국가 자체의 위기는 다뤄 본 경험이 별로 없어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리스 노동자들의 불같은 저항정신은 계속 타오르고 있다. 우리는 지금 경제 위기 시기에 수동적인 양보가 아니라 가장 단호하고, 거대한 대중파업과 투쟁을 하고 있는 그리스 노동자 동지들과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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