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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자 임금 금지 ·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폐기 투쟁으로 가야 한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최은석 부지부장
6.2 지방선거가 끝났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분명히 드러난 선거 결과였다. 앞으로의 정치 일정은 그 동안의 선거 과정에서 충분히 토론하지 못한 부분을 차분히 채워나가는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노동기본권을 사수하는 투쟁에 집중하고 반드시 승리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노동기본권 박탈 노동조합법을 폐기시켜야 한다.
아직도 많은 간부들과 조합원들은 지난 1월 1일에 개정된 노조법을 어떻게든 피해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지회 간부는 “지금까지도 단체협약 상의 전임자 수 이상으로 상근을 확보해서 활동해 왔다. 노조법이 바뀌었어도 회사는 노동조합과 마찰을 일으키기보다는 적당한 타협으로 생산 현장의 평화를 원하기 때문에 이면합의 등의 방법으로 노동조합의 요구를 들어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며 앞으로의 교섭 결과에 대해 낙관하는 말을 했다.
이는 현재의 개정 노조법 하에서는 정상적으로 우리의 요구를 관철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대안을 찾느라고 생각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지금까지 회사가 때로는 이면합의로 때로는 그냥 묵인하는 방식으로 노동조합의 요구를 들어 주었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이전까지는 회사가 아무리 노동조합의 요구를 수용한다 해도 그것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노동조합법은 기본적으로 노사자율을 기본으로 인정해 왔고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더라도 노사 자율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전임자 임금 문제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는 법조문에 그 한계를 명확히 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사용자에게 처벌까지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개정된 노조법의 내용은 자본에게는 말할 수 없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확실한 응원군이다. 아무리 노동조합이 파업을 한다고 위협을 하더라도 그 파업 자체가 불법이 될 뿐 아니라 “나는 들어 주고 싶지만 법이 그런 걸 어쩌겠는가?” 하고 한마디만 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이런 강력한 응원군을 외면하면서까지 노동조합의 요구를 들어줄까? 아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장기 파업을 하면 공권력을 등에 업고 탄압할 것이다. 개별 사업장만의 투쟁이라면 더욱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결국 올해의 투쟁은 우리가 아무리 투쟁을 해도 법이 정하는 한계를 넘어서는 성과를 받아낼 수 없게 된다. 법이 살아 있는 한에는 안 되는 싸움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1996년 말 노동법 투쟁을 돌이켜 생각해 보자.
1996년 12월 26일 새벽 신한국당 국회의원만으로 노동법(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노동위원회법,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을 날치기 통과시켰을 때 우리는 즉각 총파업 투쟁으로 맞섰다. 40여 일 동안 매일 10만 명에서 30만 명 이상 연인원 400만 명이 참가하는 총파업을 감행했다. 조직적인 정치 총파업 투쟁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정치파업이었지만 대법원은 노동자의 정당한 파업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결국 이 투쟁으로 인하여 1997년 3월 10일 노동법은 국회에서 폐기되었고 새로운 노동법들이 제정되었다.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법을 폐기시킨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1996년 노동법 투쟁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현재 개정된 노동조합법이 살아있는 상태에서는 자본가들이 결코 우리의 노동조합 활동을 위한 요구를 들어 주지 않을 것이 명백하다면 그 배경이 되는 악법을 총파업으로 폐기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답이 없다. 법을 그대로 두고 어떻게 하면 그 법을 비켜갈 수 있겠는지를 고민하는 순간 우리는 자본의 족쇄를 스스로 차는 꼴이 된다.
이번 지방선거로 우리의 투쟁에 매우 유리한 정세가 조성되어 있기도 하다. 6얼 9일과 11일 4시간 총파업이 계획되어 있지만 그런 식으로는 안 된다. 조합원들에게 이번 투쟁도 적당히 하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어서는 안 된다.
이번 투쟁은 기한을 미리 정하지 않는 끝장 투쟁으로 시작해야 한다. ‘무기한 총파업’이다.
그리고 임단협의 주요 요구인 임금을 비롯하여 노동기본권을 주요 요구로 하고 대대에서 정한 ‘타결방침’을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 특히 “노동기본권 보장 요구안은 문구 수정 없이 타결되어야 한다.”는 타결 방침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금속노조 전체를 하나의 단위로 하는 투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업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어느 한 사업장이 우리의 요구를 들어 준다고 하더라도 금속노조 어느 한 사업장이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어느 사업장도 투쟁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혹자는 “그러면 얼마나 오래 싸워야 한다는 말인가?” 하고 반대할지 모르겠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금속노조 전체가 하나가 되어 싸운다면 그리 오래 가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우리가 뒤로 물러서고 주춤거릴수록 우리의 요구를 관철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또 “우리는 조합원이 소수라서 파업을 해도 회사에 크게 타격이 안 된다.” 고 하며 파업투쟁 무용론을 얘기하는 사업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투쟁은 그런 것을 따지고 하는 투쟁이 아니다. 이번 투쟁은 ‘규모의 투쟁’이다. 전국적 총파업이 상징하는 바는 전국 제조업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지시키는 것이다. 개별 사업주가 상대가 아니다. 국가가 상대이기에 파업에 따른 각 사업장이 직접 받는 압박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이러한 전국 총파업을 통해 국가의 노동법 체제를 전면 수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투쟁에 기왕이면 장투사업장의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
특히 장투사업장의 경우 이번 총파업이 자신의 문제와는 다른 것이라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번 총파업에 적극 동참하여 전체 노동자의 투쟁을 만들어 내고 마침내 노동기본권을 확실히 쟁취해야 이후 자기 사업장의 문제에 관해서도 금속노조 전체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제 총파업 찬반투표도 끝났다.
남은 것은 단호한 투쟁 의지를 다시 결의하고 금속노조라는 하나의 노동조합 의식으로 서로를 믿고 투쟁에 나서는 것뿐이다. 그리고 승리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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