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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호 열사여! 이제 그만 당신을 보내렵니다.
작성자 지부
댓글 0건 조회 3,099회 작성일 200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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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사

배달호 열사여!
이제 그만 당신을 보내렵니다.
차마 발걸음 떨어지지 않아, 모진 겨울 바람 봄 햇살로 바뀔 때까지 머물렀던
노동자 광장에서 이제 당신을 떠나보내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습니까?
두 달이고 석달이고 노동자 광장 가득 메울 함성 기다렸건만
탄압과 통제의 사슬 끊지 못하고 침묵하는 동료들을 지켜 보면서….

미련이야 왜 없겠습니까?
손배, 가압류도 완전히 풀리지 않고, 당신이 그토록 염원했던 해고자 복직도 겨우 5명만 되고,
그리운 구속자들 얼굴도 못 보고 떠나야 하는데…

하지만 열사여, 이젠 떠나십시오.
두 눈 부릅뜨고 벌떡 일어나 "이게 도대체 뭐냐"고
"악랄한 두산"과 "더러운 세상"에 항의하고 싶겠지만,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느냐"고 우리더러 호통치고 싶겠지만
이젠 더 이상 뒤돌아보지 말고 훌훌 떠나십시오

배달호 열사여!
비록 당신이 남긴 뜻 다 이루어지진 못했지만
그래도 한가닥 희망은 보고 가질 않습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피맺힌 절규가 전국으로 메아리쳐서 철옹성같던 두산의 장벽이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손배, 가압류, 구속, 해고, 블랙리스트 … 질기디 질긴 노동탄압의 실상이 밝혀지면서 "파업권 쟁취"의 힘찬 함성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달려와 모닥불 하나로 긴긴 겨울밤 밝히면서
궂은 일 도맡아 하고 투쟁과 실천에 앞장섰던 당신을 배웠습니다.
보일러 공장과 노동자 광장을 일깨웠던 호르라기 소리는 공장의 벽을 넘어 전국 방방곡곡으로 울려퍼져 천삼백만 노동자의 가슴을 파고 들고 있습니다.
아직 행동으로 나서지는 못해도 "달호 형님, 미안합니다"라며 고개 떨구고 노동자 광장 지나가는 동료들 가슴 한 구석에 피어나는 희망의 촛불이 보이질 않습니까?

배달호 열사여,
"끝까지 투쟁해서 승리해주기 바란다"는 당신의 말씀, 더디더라도 반드시 지켜나겠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분명히 약속드리겠습니다.
선혜, 인혜 … 당신의 사랑하는 가족들 잘 보살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남긴 마지막 말씀은 꼭 되돌려 드리고 싶습니다.

배형, 우리가 미안합니다.
부디 편히 가소서. 그리고 지켜보소서.

2003년 3월 14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김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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